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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호의 국립소아병원에서 드리는 편지] 세 번째 편지 ‘제 방에 좀더 많은 손님이 오시기를 바랍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캄보디아 교민 여러분께.
안녕하십니까? 교민 여러분. 항상 건강하시고 안전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저희 병원에 관심 가져 주시고 찾아와 주시는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오늘은‘‘국립소아병원에서 봉사 활동” 에 대해 말씀 드립니다.
세 번째 편지의 제목은 ‘제 방에 좀더 많은 손님이 오시기를 바랍니다.’ 입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고 누군가는 아픈 상처가 있기도 합니다. 저는 단지 의사라는 이유로 모든 KOICA 단원이 코로나19를 피해 한국에 돌아갔을 때에도 캄보디아에 남을 수 있는 특별한 허락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늘 저의 고민은 제가 국립 소아 병원에서 하는 일이 너무 적다는 것이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제게 한캄 우정의 건물(Cambodia-Korea Friendship Building, 저희 병원에서 KOICA 지원으로 건축한 주황색 건물) 3층에 좋은 방을 내 주었습니다. 이 방은 경치도 좋고 시원한 바람도 잘 드는 최고의 방이었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만의 공간으로 쓸 때 별로 기쁨이 없었습니다. 이런 좋은 방에 환자든, 손님이든 누구든지 많이 오셔서 이 방이 사람들로 넘쳐 나기를 바랬습니다.‘제 방을 많이 사용해 주세요!’ ‘제게 일을 주세요!’ 저는 그렇게 외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였습니다.
지인 분을 통해 한 음악학원(SOM 음악 학원) 에서 온라인으로 콘서트를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지치고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아픈 아이들을 위해 피아노를 연습해서 비디오 녹화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장난감, 옷, 먹을 것을 정성껏 준비하였습니다. 병원장님은 흔쾌히 허락을 하셨고 드디어 제 1회 ‘Dream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피아노 연주가 생소했을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열심히 듣고 박수를 쳐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콘서트 후에 선물도 한 아름 안고 가는 것을 보며 저는 아무 한 것이 없었지만 기분이 매우 좋았습니다.
저는 반드시 의사일이 아니어도 이렇게 한캄 중계 역할(코디네이터)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 후에는 한 미술학원(창의 융합 Atelier)에서 병원 전시회를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미술학원장님은 먼저 병원 곳곳을 둘러 보시고 병원 관계자 분들과 상의하면서 미술 작품을 어디에 놓으면 좋을지 의논하셨습니다. 한캄 우정의 건물 곳곳에 아이들이 색색깔로 그려 붙이고 만든 작품들이 하나 둘씩 놓이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은 우아한 미술 전시회 장소로 바뀌어 갔습니다. 캄보디아 아이들은 자기 또래의 친구가 만든 미술 작품 앞에 걸음을 멈추고 이것이 무슨 의미인가 생각하였습니다. 아빠와 딸이 작품을 감상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번에도 미술학원에서는 미술 전시 뿐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만든 장난감, 아이들용 마스크, 초컬릿 등 정성과 사랑이 깃든 위문품을 보내 주셨습니다.
저는 제가 여기서 자리를 잘 지키면 한국 교민 분들의 도움으로 무언가 할 일이 생긴다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하였습니다. 제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 코디네이터, 중계자로서 역할을 얻게 된 것이었습니다.
‘장클라’로 교민 사회에 잘 알려진 시각 장애인 클라리넷 연주자분도 저희 병원에 매달 힐링 콘서트를 해 주시고 계십니다. 이 분은 동료 연주자 분들이나 학교, 팀을 모시고 와서 함께 합창, 합주를 해 주십니다. 한캄 우정의 건물 2층과 3층은 천장이 뚫려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2층에서 연주를 하면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건물 2층과 3층을 모두 채웁니다. 저는 이 분의 클라리넷 소리를 좋아하지만 이 분이 리코더로 캄보디아 국가 연주를 하는 것을 제일 좋아합니다.
저희 병원에 아이들의 울음 소리와 뒤섞여서 음악이 연주될 때 가끔씩 제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과 예술이 우리의 영혼을 얼마나 많이 위로하고 우리를 얼마나 많이 하나 되게 할 수 있는지 놀라곤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사실 코로나19를 통해 얻게 된 선물입니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교민들께서 캄보디아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 주셨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국립 소아 병원 병원장님과 각 과 선생님들께서 잘 협조해 주신 덕분입니다.
저는 꿈이 있습니다. 그것은 캄보디아 국왕이 계신 왕실에 가서 NPH 환자 돕기 자선 콘서트를 하는 것입니다. 국왕께서는 음악과 예술에 조예가 깊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캄보디아에는 수준 높은 한국인 음악가들이 계십니다. 한국과 캄보디아가 협력해서 아픈 아이들을 돕기 위한 자선 콘서트를 한다고 하면 허락해 주시리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물론 이는 외교적으로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언젠가는 한 번 해 보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항상 저희 국립 소아 병원을 기억해 주시고 성원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다음 번에는 ‘국립 소아 병원 혈액과 병동- 탈라세미아’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국립 소아 병원이나 오늘 글 내용에 대한 문의가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안전하시길 바랍니다.
서정호 올림 ( 011 944 511, yoyosuh77@ms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