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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무슨 소용이랴
(2023년 9월 18일 연재 칼럼)
9월이 되고나서 거짓말 조금 더 보태서 하루도 쉬지 않고 취재를 하고 있다. 행사장에 갈때마다 자주 보는 얼굴들이 있고 그분들의 얼굴을 보는 것만큼 토끼 같은 삼남매 얼굴을 보는 시간이 줄어드는 요즘이다. 월, 화, 수, 목 연달아 취재를 하고 금요일 휘몰아치듯 마감을 한다. 사진을 정리하고 보정하고 편집하고 기사를 작성하고……. 혼신의 집중력을 쏟아 부어 피붙이 같은 한 호가 탄생한다. 그런데…….
예고도 없이 사무실에 정전이 찾아왔다. 취재거리가 풍성하고 사진도 기사도 다 작성해 놨는데 전기가 없다. 요 며칠 심하게 내린 비로 발전기도 먹통이다. 뜨악!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얘진다. 손발이 꽁꽁 묶였다. 한 시간만 더 기다렸다가 그래도 안 들어오면 데스크톱을 들고 전기가 있는 어디론가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무력해진 경험이 우리는 다 있다. 한계에 부딪히고 애써 봐도 안 되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나 다시 평온의 시기가 오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생각이 있다. ‘내가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이다. 취재도 잘했고, 기사도 썼으니 이번 마감은 문제없다고 호언장담하듯 당당했던 지난날의 내 뒤통수를 한 대 치고 싶다. 준비를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준비를 잘 해도 어쩔 수 없이 닥쳐버리고 마는 상황 앞에서 어쩔 것인지가 중요하다.
간당간당한 노트북 배터리에 의존하며 이 칼럼을 쓰고 있다. 언제 다 떨어질지 몰라 생각을 정리하고 손가락을 놀리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내가 예측 못했는데 우리 직원들이라도 알았을까. 왜 발전기를 체크 안했냐. EDC에서 뭐라고 하는지 더 빨리 체크 못하냐! 더 제대로 된 대안을 못 찾겠냐 등 잔소리나 비난을 하고 싶다. 내 고통을 누군가에게 전가하고 싶은 못된 마음이 자꾸만 고개를 드민다. 그렇지만 멈추기로 한다.
다 무슨 소용이랴!!
못된 심보를 멈추고 생각한다. 전기가 없을 때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아, 전기가 없다는 하소연으로 칼럼을 쓰면 되는구나! 아무것도 안될 때 찾아내는 감사의 조각. 얼마나 기쁜가! 이제 칼럼도 끝나가니 전기야 제발 들어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