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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화VS사랑
(2022년 8월 19일 연재 칼럼)
베트남의 승려 틱낫한이 쓴 화(Anger)라는 책은 2002년 첫 발간 후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시인이자 평화운동가인 틱낫한은 현대인들이 분리되지 못하는 ‘화’라는 늪에서 어떻게 마음을 정화할 수 있을 것인가 부드럽고도 일목요연하게 가르쳐준다. 마음의 부정적인 씨앗을 정리하고 긍정의 씨앗을 키울 것, 상대방을 연민하고 속단하지 말 것,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할 것 등이 있다.
끊임없이 나의 분노, 상대의 분노, 사회의 분노에 영향을 받으며 각자의 화를 마치 반려식물에게 물 주듯 날마다 키워내는 현대인들에게 화란 무엇이며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심지어 느린 호흡과 보행을 통해서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접근이 당시에 매우 신선했다. 이 책을 읽으며 불자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에서 고개가 끄덕여졌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나는 화를 다스리고 있는가? 화는 과연 극복할 수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각자의 약점을 인정하고, 연민하고, 느리게 호흡해도 불쑥 불쑥 튀어오르는 ‘화’는 여전히 있었다. 걷잡을 수 없이 치밀어 오르는 화의 이유가 ‘습관’이고 이것은 심신의 수련을 통해 ‘극복’할 문제가 과연 맞나. 다시 근본적인 의문점으로 돌아왔다. 내가 생각하는 화의 범위는 무엇인가.
국어사전에서 화를 비롯해 관련된 감정들의 정의를 찾아봤다.
화: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
짜증나다: 마음에 탐탁하지 않아서 역정이 나다.
분노: 분개하여 몹시 성을 냄. 또는 그렇게 내는 성.
서운하다: 마음에 모자라 아쉽거나 섭섭한 느낌이 있다.
화, 짜증, 분노는 한 카테고리가 맞다. 그런데 서운하다, 섭섭하다, 아쉽다, 안타깝다, 찜찜하다 정도는 화의 범위에 들기엔 소소했다. 사소한 감정들을 모두 화라고 여겨서 ‘다스린다’는 착각 하에 대강 수습만 하고 제대로 표출하지 않았을 때 늘 시한폭탄처럼 애먼 데서 터지고 화를 내야 하는 상대가 아니라 애먼 사람들에게 상처를 냈던 적이 많았다.
걷잡을 수 없이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아내야 하는 이유는 내가 다스릴 수 있는 그릇이라서가 아니라 그런 인내를 내가 누군가로부터 살면서 분명히 받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일 수도 있고 선생님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인내의 에너지바가 좀 더 커지는 것 같았다. 나는 내 화를 다스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닫는 게 우선이었다. 화가 날 때 다시 생각한다. 나는 오늘 사랑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