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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캄보디아 114
(2022년 4월 29일 연재 칼럼)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핸드폰 진동 소리, 모르는 전화를 받기 전에 크게 뱉는 호흡, 통화 버튼을 누르고 씩씩하게 외치는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000 식당 번호가 뭐에요?” “지금 000에서 여권을 잃어버렸는데 도와주세요” “대사관이 전화를 안받아요.” “000 이 사람 아세요?” “캄보디아어로 0000는 뭐라고 말해요?” 등등 다양한 문의 전화를 받는게 일상이었다.
처음엔 당황스러운 마음이 먼저였다. ‘내가 114인가..’ 라고 투덜거린 적도 솔직히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질문은 어렵지 않게 답변할 수 있는 것들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문제가 나에게는 쉬운 문제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도울 수 있는 것이 기쁘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답변을 했다.
인터넷 검색이 쉬워지면서 이런 류의 전화를 받는 빈도가 줄어 들더니 코로나19 이후로는 전화기가 고장났나 싶을 정도로 잠잠했다. 한인 사회가 침체되면서 114 안내를 안한지도 2년이 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최근 다시 전화기에 모르는 번호가 뜨고 있다. 반가웠다.
캄보디아 입국 조건이 동남아 여타 국가 중에서 가장 쉬워지면서 캄보디아에 들어오는 한국인이 급격히 늘어난 것을 체감하고 있다. 올 초부터 시행된 한캄 FTA도 한 몫 할 것이다. 한-캄 우정의 다리 부지도 확정되면서 양국간의 교류는 정부차원으로도 민간차원으로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모르는 번호로 걸리는 전화가 이렇게 반갑다니. 000 식당 전화를 물어보시면 000 식당이 오늘 장사가 잘 되겠구나 안도하게 된다. 방학이면 캄보디아를 찾았던 단기 선교팀, 봉사활동팀도 올해는 많이 들어오게 될 것 같다. 관광객이야 말해 뭐할까. 침체됐던 시엠립 펍 스트릿도 다시 북적일 날이 코앞이길 희망한다. 모두가 힘들었던 이 시간을 견뎌내고 이제 다시 숨통 좀 트게 말이다. 무엇이든 물어보시길 바란다. 기쁜 마음으로 사소한 것도 114가 될 준비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