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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돈 벌기 돈 쓰기
“요즘 무슨 일을 하나요?”
“아직 직장을 못 잡았어요. 운전사 뽑는 데는 없나요?”
“운전사 월급은 높지 않은데, 괜찮겠어요?”
10개월 전, 한국에서 돌아온 근로자 대상의 캄보디아 한국 기업 재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근로자 중 한 명이 나를 찾아왔다. 한국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면서 꽤 많은 급료를 요구해서 끝내 취업을 시키지 못했던 친구였다. 한국에서 일하고 돌아온 지 1년이 넘었으니 그 기간을 실업자로 살아온 것이다.
고용허가제에 의해 한국에 취업했다가 돌아온 근로자들이 가끔 나를 찾는다. 캄보디아의 한국 업체에 취직을 부탁하기 위해서다. 각자의 자질과 업무 능력 등을 알아보고 본인의 취업 희망 조건을 들어보면 적당한 곳을 찾아주기 어려울 때가 많다. 자신의 업무 능력이나 직종을 고려하지 않고 터무니없이 높은 급료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한국어 구사자를 찾는 곳이라면 한국어 능력 수준에 따라 일반 캄보디아 직원에 비해 높은 급료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데도 눈높이를 낮추려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일하고 돌아온 근로자의 상당수는 특별한 일 없이 빈둥거린다. 그 중에는 수중에 돈이 좀 있다는 자만심 때문에 아예 일할 생각이 없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수년간 일하고 돌아왔는데도 돈을 모으지 못한 사람도 꽤 많다고 한다. 평생을 없이 살다가 갑자기 거금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무분별하게 돈을 써 대서 그렇다. 한 귀환 근로자의 얘기를 들으니 이해가 갔다. 한국에 간 근로자 중에는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음식점이나 술집에도 스스럼없이 드나들고, 새 모델의 핸드폰이 나오면 유행 따라 즉시 바꾸는 등 한국 생활에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또 캄보디아의 가족들에게 꼬박꼬박 돈을 보냈는데 돌아와 보니 가족들이 다 써 버려서 빈털터리가 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두 달 전,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해서 한국에 간 근로자가 나를 찾아왔었다. 2년도 안 됐는데 왜 벌써 돌아왔느냐고 물었더니 집안일 때문에 휴가를 내서 잠시 귀국했다고 했다. 그 동안 한국에서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모두 집으로 보냈는데 부인이 그 돈으로 온갖 사치를 부리다가 급기야는 바람이 나서 아이를 남겨 둔 채 집을 나가 버렸다는 것이다. 대화중에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학비는 겨우 냈는데 기숙사비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학교의 잡일을 시키면서 생활비를 대 줬던 터라 더욱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래도 힘 내! 그리고 한국에 다시 가면 번 돈을 은행에 저축을 했다가 캄보디아로 돌아올 때 찾아 가지고 와. 집에는 최소 생활비 정도만 보내 주고. 알았지?”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갑이 얄팍하면 불안하고 통장 잔고가 빈약하면 걱정이 커진다. 어찌 나뿐이랴. 한국 사람들의 성정이 다 그럴 것이다. 그러나 캄보디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직원들이나 주위 캄보디아 사람들의 씀씀이를 유심히 살펴보면 그걸 느낄 수 있다. 돈이 있으면 바로바로 쓰는 경향이 짙다. 주머니가 비어도 별 걱정이 없다. ‘내일은 어떻게 되겠지.’ 하는 심사인 듯하다. 열심히 일하고 알뜰살뜰 아껴서 미래를 착실하게 준비하고자 하는 의식이 약하다. 그렇다고 이런 태도를 무작정 잘못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나 온 역사적 상황과 문화 환경, 삶의 가치가 우리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