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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가장 조용한 쫄츠남 연휴
(2021년 4월 12일 연재 칼럼)
곧있으면 캄보디아 민족대명절 쫄츠남이다. 쫄츠남을 대하는 캄보디아 사람의 마음가짐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구정을 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캄보디아에 약 20여년을 살면서 느낀 것은 4월이 축제달이라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프놈펜대학교에 재학 중일 때였다. 왕립대에서 가장 보수적인 과인 국문과에 다니던 100여명 재학생들은 그때만 해도 남, 녀가 자연스럽게 어울려서 놀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대다수가 시골에서 프놈펜에 처음 올라온 경우였고, 자기들끼리도 경계를 하는 것 같았다. 그 허물은 1년에 한번 쫄츠남 연휴에 허물어졌다. 4월이 시작되면서 학교 전체 분위기가 느슨해지더니 수업 시간의 반 이상을 민속놀이에 할애했다. 학기 내내 손은커녕 눈도 잘 안 못 마주치던 학생들이 손을 잡고 얼싸안고 나무 막대기를 피하는 등 각종 민속놀이를 즐겼다. 분명 연휴는 3-4일 남짓인데 빨간날이 지나도 학생의 반 이상이 시골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교수님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휴강이 자연스러워질 때 즈음 깨달았다. 4월은 쫄츠남을 기준으로 전 1주, 후 1주를 통 크게 쉬어버려도 되는 기이한 연휴라는 걸!! 4월이 지나면 신기하게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분위기는 잠잠해진다. 색다른 문화에 충격을 받았던 20대 초반의 나의 눈에는 1년 후 ‘그 날’을 기대하며 기를 모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 쫄츠남이 올해는 아무런 기를 못 쓸 예정이다. 프놈펜 야간통행금지를 시작으로 슬슬 시동을 걸더니 주(州)간 이동 금지는 4월 20일까지 내렸다. 그 말은 시골 방문이 불가능 하다는 것. 사실, 지금 프놈펜의 코로나 상황이 가장 악화되었기 때문에 귀향을 반기는 분위기도 아닐 터이다. 크고 유명한 사원에서 큰 스님에게 한 해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는 불교의식을 받는 것도 어려워졌다. 정부가 거주지 근처에 사원을 방문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가족과의 만남과 종교 의식, 야간 통행, 개인 및 그 어떤 형태의 파티가 제한된 이번 쫄츠남이 캄보디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주목된다. 당장 3차 지역감염의 악화를 막는 데는 이보다 더 적절한 조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쫄츠남에 제한을 참아낸 국민이 하반기 프춤번(캄보디아 추석)에 폭발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 노하우가 축척되고 있는 정부가 확고한 기준을 갖고 유연하면서 공감대를 얻는 방안을 모색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