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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가장 좋을 때를 아는 사람
(2021년 1월 18일 연재 칼럼)
지난 한주동안 한국의 지인들에게서 수북이 쌓인 눈 사진을 많이 받았다. 다 큰 성인이 눈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딸아이가 보여준 틱톡에서 고드름 놀이가 유행이랜다. 눈을 볼 수 없는 캄보디아라서 유독 더 생각이 났는지 지인들이 너도 나도 눈으로 덮인 그림처럼 하얀 세상을 보내줬다. 보통은 아무리 추워도 좋으니 저 눈밭에서 굴러보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올해는 이상하리만큼 부럽지가 않았다. 폭설수준의 눈이 설레기는커녕 시리게 느껴지니 ‘아.. 나도 드디어 동심을 잃은건가’ 싱숭생숭한 마음이 들었다. 눈이 얼마나 좋았는지 감을 잃어버렸나보다.
한국은 폭설이고, 혹한기라지만 캄보디아는 지금 이 때가 가장 살기 좋은 -혹은 코로나가 없었을 때는 여행하기 좋은- 시기다. 아침 온도가 18도까지 내려가고 코끝을 찡긋하게 만들 정도의 쌀쌀한 바람이 불어온다. 1년 내내 돌아가던 선풍기와 에어컨이 쉬는 몇 안되는 날들. 오늘도 신랑과 마트를 다녀오며 ‘이 날씨가 1달만 지속돼도 캄보디아 살기가 덜 힘들 텐데…….’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곧 2,3월을 지나 뼈를 녹이는 4월을 맞이하면 지금 이 시간이 사무치게 그리워지겠지…. 캄보디아에 20년을 가깝게 살아오면서 터득한 하나는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도톰한 옷을 입을 수 있는 그 날을 즐기자!’는 것이다.
가장 좋은 때를 가장 좋다고 알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가장 좋은 것을 아는 사람은 행복하다. 더위에 찌든 4,5월이 와도 2달만 지나면 더위를 식히는 비가 내릴 것이고 12,1월이 되면 장롱 속에서 다신 안 나올 줄 알았던 맨투맨을 꺼낼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도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시키게 하는 날씨가 캄보디아에도 있다는 걸 알아 버렸으니까.
가장 좋은 날을 기다리는 사람은 힘든 때를 즐길 수 있다. 현실 도피도 희망 고문도 아니다. 그 날은 가끔은 느리게, 가끔은 갑작스럽기도 하지만 반드시, 매년 온다. 짧지만 너무나도 달콤하게..!
이 좋은 날이 하루만이라도 더 지속되길 바라며… 캄보디아에서 가장 좋은 때에, 가장 감사한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