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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캄보디아 겨울
(2020년 12월 24일 연재 칼럼)
매년 조금씩 다르지만 캄보디아에도 겨울이 있다. 길게는 한 달, 짧게는 일주일.. 늘상 뜨끈하던 타일 바닥이 유난히 차갑고 스무디보다 핫초코가 당기고 오리털 파카를 입고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아 캄보디아 겨울이 또 왔구나’한다.
사실 온도를 보면 23~26도 수준이라 가을이라고 하기에도 좀 민망한 숫자이지만 1년 내내 더위에 노출된 몸뚱이는 ‘이 정도 되면 겨울이지’ 하고 금세 인정한다. 이 겨울은 1년 이상 캄보디아를 산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캄보디아에 막 도착한 사람들은 대게 ‘이게 뭐가 춥다고 저 난리야?’한다. (그러다 1년 후 전기장판을 찾고 머리에나 두르는 줄 알았던 끄로마를 주섬주섬 목에 두른다. 백이면 백이다.)
우리는 올해 1년 내내 더위가 아니라 전염병과 싸웠다. 전 세계가 눈에 보이지 않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지긋지긋한 코로나 바이러스 놈과 싸우느라 너무나도 지쳐있다.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점점 더 기운이 빠진다. 그런데 1년을 돌이켜보니 가장 비극적인 것 같았던 순간은 그렇게 ‘비극’적이지만은 않았고, 매일 매일 살아갈 희망은 있었다.
한 예로, 지난 4월 캄보디아 새해가 연기되었을 때 필자는 국가비상사태 만큼의 무게가 느껴졌다. 하지만 이윽고 8월 임시 연휴가 발표되어 많은 인파가 고향에 다녀왔다. 정확한 수치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이로 인한 지역감염 수는 0이었다. 11.28 지역사회 사태로 인해 2만명에 가까운 인원이 코로나19 검사를 했다. 교육시설은 또 다시 모두 중단되었고, 도시가 일시 멈춤 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이로인한 확진자는 41명에 그쳤고, 다시 도시에 활기가 불고 있다.
1년의 무더위를 견딘 자들만 캄보디아의 겨울을 맛 볼 수 있는 것처럼, 바이러스와의 사투를 지낸 우리들에게 곧 찬란한 계절을 누릴 거라는 희망이 지나친 걸까? 아니, 그보다 더한 보상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2020년은 모두가 치열했으니까. 그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2020년과 함께 코로나야 제발 가라!!/정인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