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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백신을 기다리며
(2020년 12월 11일 연재 칼럼)
코로나 19 백신 구매 모금 운동이 캄보디아에 시작됐다. 훈센 총리의 강력한 추진하에 총리의 공식 페이스북에 게시된 계좌에 모금을 하고 인증샷을 올리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질세라 캄보디아 거물급 인사(옥냐)들이 3천만불을 지원하기로 결의했고, 왕실에서도 50만불을 지원한다. 각 금융기관들도 너도 나도 코로나 19 백신 구매 모금운동을 진행 중 이다. 온 나라가 ‘백신 사기’에 집합된 모양이다.
한편으론 한국도 백신 접종이 내년 말에나 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캄보디아가 이렇게 한 들 시행하기까지 오래 걸릴거다는 부정적인 말도 있지만, 캄보디아 정부는 우선은 모으고 보자는 분위기다. 세계보건기구(WHO) 캄보디아 사무소는 지난 주, 정부가 아직 어떤 백신을 사용할지 결정하지 못했으나 백신 구매를 위한 ‘모금운동 열풍’은 시작되었다고 발표한바 있다.
WHO캄보디아 사무소장 리 이안은 “캄보디아는 WHO와 세계 백신 및 예방접종 연합(GAVI)이 COVAX AMC(Advance Market Commitment) 등록한 최빈국 중 하나로 COVAX를 통해 전체 인구 20%에 해당하는 백신 지원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열심히 모으는 것은 좋다. 그렇지만 이 모금이 정말 투명하고 공정하게 쓰일 것이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제투명성기구인 TI에서 매년 발표하는 캄보디아 부패 인식 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는 2018년 161위를 기록했다. 북한이 176위인 것과 비교하여 아주 나쁜 수치다. 극심한 정경유착, 언더테이블(비공식 수수료) 머니의 일반화 등이 만연한 캄보디아에서 어쩌면 당연한 수치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캄보디아도 관세법, 이민법 등을 강화하여 체계를 잡아가려고 하는 중이지만 가혹한 책임은 외국인에게만 주어지는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있다.
11.28 지역사회 사태로 캄보디아에서 첫 지역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역학조사 시스템이 미비해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을뿐더러 기본적인 방역수칙도 잘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다. 지금까지 지켜온 코로나 19 청정국이라는 자부심은 하루아침에도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주변 국가를 보며 느껴온 터. 온 나라가 올스톱될 지경인 지금, 나라를 위해 모아진 모금운동이 부디 기본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정인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