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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캄보디아 장마
(2020년 10월 16일 연재 칼럼)
캄보디아의 우기는 짧은 스콜(*스콜(Squall): 열대 지방에서 대류에 의하여 나타나는 세찬 소나기, 강풍, 천둥, 번개 따위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이 하루에 한 차례, 매일 반복되는 날씨를 보인다. 먹구름이 지나간 자리는 흔적을 찾을 수도 없을 정도로 이내 파란 하늘과 강렬하게 내리 꽂는 햇볕으로 변모한다. 캄보디아 우기를 처음 경험하는 한국 사람은 한국의 장마와 전혀 다른 모습 때문에 ‘이게 뭐가 우기야?’라고 놀라기도 한다.
그런 캄보디아에서도 몇 년전부터 우중충한 장마의 하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하루 종일 흐린 날씨가 이어졌다. 두꺼운 태권도복도 빳빳하게 말렸던 쨍쨍한 햇볕을 못 보는 날이 계속되면서 캄보디아 사람에게 ‘장마’라는 단어를 설명하는게 이제 별로 어렵지도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태풍 노을, 린파, 낭카가 연달아 동남아를 덮치고 있다. 한 달 사이에 세 차례의 태풍과 추가적인 열대성 저기압 영향권에 노출된 동남아 수해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지금 캄보디아도 막대한 수해 피해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어린아이를 포함한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캄보디아 전국 15만여명이 수해 피해를 입었고, 3천여명이 구조되었다.
순찬톨 공공교통부 장관은 지난 14일 이번 수해 피해로 인해 13개 주 내 199개 도로가 침수되었다고 발표했다. 이어 정부는 섬유업이 밀집되어있는 4번 국도를 15일부터 임시 폐쇄 한다고 발표했다. 대형 트럭이 주로 이용하는 4번 국도가 폐쇄됨에 따라 출하, 배송 등에 차질을 빚게 되어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
캄보디아와 한국을 설명할 때 ‘태풍, 지진이 피해가는 나라, 자연재해와는 거리가 먼 나라’라는 표현을 자주 쓰곤 했다. 그러나 올해만 보더라도 그 피해가 점점 더 심각해진다. 물론 태국, 베트남에 비교하자면 약소한 피해라고 할 수 있지만 매년 증가하는 것은 분명하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 숙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우리 모두가 2020년 한해를 ‘예방’,‘대비’하며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전염병과의 사투를 벌이며 보냈다. 전염병에 이기고 지고를 떠나, 재난상황 속에서 인간의 한계를 절실히 깨달았고 무너지지 않기 위해 일상을 바꿔가면서 까지 노력하여 물질적, 정신적 굳은살이 생겼다. 작은 것을 철저히 지키고 힘을 합치는 것, 원론적인 이 방법은 모든 상황에서 통한다는 것 확인했다. 지금, 캄보디아의 절망적인 수해 피해의 상황에도 모두가 힘을 합쳐 이겨내고 피해가 확산되지 않기를 바란다./정인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