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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커서 뭐가 될는지
(2020년 8월 26일 연재 칼럼)
어렸을 땐 소위 말하는 전문가, 관계자의 말은 모두 다 진리인줄 알았다. 전문가의 소견이 무조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은 코로나 시대에 극명하게 드러났다. 2020년 초반 각 분야의 전문가의 ‘소견’은 3월부터 4월, 여름, 초가을, 늦가을에서 이제는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잘 준비하자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 전문가인들 예언가가 아니고, 아는 범위 내에서의 그야말로 ‘소견(所見)’일 뿐 인거다.
또 전문가의 입김이 아주 센 분야가 있다. 육아다. 시대마다 육아의 트렌드가 변한다. 나의 부모 세대 때 모유 수유 권장 기간은 12개월 미만이었다. 그 시대 어른들은 아직까지도 아이 개월수가 올라가면서 엄마 모유에 영양분은 없어지니 분유나 밥으로 얼른 대체해야 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나 각 영양학 전문가들은 ‘먹일 수 있을 때까지’ 혹은 36개월을 주장한다. 각양각색의 육아지침서는 TV, 스마트폰은 아이의 뇌를 파괴한다며 겁을 주지만 코로나 시대에 들어서 이것의 도움 없이는 학업도 취미도 어려워졌다. 꼰대 십계명 중 하나가 ‘그때는 맞고 지금은 아니다’란다. 참 맞는 말이다.
나는 얼리어답터이자 방임주의적 교육관을 갖고 계신 부모님덕에 아주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와 온라인 세상에 가깝게 자랐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등 PC통신 세계에 들어서 각종 동호회(일본 애니메이션), 아이돌을 파고들었고 곧 이어 야후, 라이코스, 엠파스, 드림위즈, 한메일… 바야흐로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 빠졌다. 중1에 좋아하는 가수의 팬페이지를 만들고 팬들 사이에서 WinAmp로 친구들과 방송을 하고(지금의 유튜브 라디오 버전), 동호회 언니, 오빠들과의 번개모임에 가려고 초등학생때 시외버스를 타곤했다. 곧 이어 메신저 시대가 시작되자 ICQ, MSN, NATE 등 수도 없이 알람이 울렸고 전국민의 싸이월드에서 꽤나 파도를 타다 열혈 블로거도 되었다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거쳐 중국에서 시작된 거대한 틱톡 시장까지 한번씩은 발을 다 담궜다. 컴퓨터의 전자파는 뇌에 심각한 손상을 주고, 비대면식 관계만 형성하면 사회부적응자가 될 수 있으며, 인터넷에서 마구 손상되는 한국어로 인한 사회문제 등.. 내 생활패턴은 모두 부적격이었다. 그 시대에 나 같은 애들을 향한 전문가의 소견은 ‘커서 뭐가 될는지…’ 였다.
앞으로 닥칠 미래는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더 새로운 것들이다. 아무것도 예측 불가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 필요한 것은 뉴노말(New Normal: 이전에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였던 현상과 표준이 점차 아주 흔한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에 적응 못하는 어른들이 혀 차는 소리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유연함일 것이다. 커서 뭐가 됐냐고? 저는 아주 잘 살고 있습니다!/정인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