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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기본값
(2020년 7월 31일 연재 칼럼)
초, 중학교 남들보다 등학교 시간이 길었던 나는 1시간 남짓 걷고 버스를 갈아타며 항상 궁금했던 점이 있다. 왜 남자 중학교는 00중학교인데 여자 중학교만 00여자중학교라고 있을까? 청소년이라는 말은 왜 청소년소녀라고 하지 않는 걸까? 티브이에서도 남자 배우는 000배우고 왜 김혜수는 ‘여’배우라고 하는 걸까? 영어로 KING, QUEEN처럼 독립된 다른 단어도 아니고 왕 앞에 ‘여자’를 붙여 여왕이라고 하는지.. 당시는 젠더감성, 평등교육이 힘을 얻지 못할 때여서 이런 생각을 가끔 친구들이나 믿을 수 있는 어른들에게 말해봤자 유난떨지 말라 식의 반응뿐이었다.
캄보디아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코로나 19 확진자 발표에도 ‘000마을 내 초등학생 543명 (여성 240)명’식의 표기가 다반사가. 마치 사람의 대명사가 남성이고 여성은 부가적으로 적어야 하는듯한 표기법이 그대로 고수되고 있다.
그러던 우리나라가 서서히 여성인권, 평등에 앞장서고 사회적으로 약자에 속했던 여성들을 위한 많은 법안이 제정되었다. 2018년부터 본격화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 일상 속에서 여성들이 겪는 보이지 않는 성차별을 표현한 ‘82년생 김지영’의 흥행은 여성 인권의 목소리가 건강하게 나오고 있음을 보인다.
또 다른 기본값에 대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나는 두 딸을 프랑스학교에 보내고 있는데 입학 신청서에 부모를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당황한 적이 있다. 보통은 아버지, 어머니, 기타 보호자 정도 인데 몇 칸이 더 있는 것이다. 동거인(life partner), 대리인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교에서 정의하는 ‘부부관’이 드러나는 단적인 예다. 지난 6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법안명 그대로만 보면 ‘포괄적’으로 ‘차별’을 금지한다는데 반대한다는 것은 비정상인게 당연하다. 근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용의 과정 혹은 직장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교육기관에서 교육이나 직업훈련을 받을 때 △행정서비스 제공이나 이용할 때 성적지향, 고용형태, 성별, 출신국가,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때 남자가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인류가 이어지는 이 개념이 하나의 ‘옵션’이 된다. 아찔했다. 인류의 시초에서 남자가 남자로, 여자가 여자로는 기본값이 아닌가. 성적취향을 ‘존중’하는 것과 ‘교육’하는 것은 다르지 않나. 동화 속 마녀가 영 불편했던 것처럼 공동선이 무너지고 실질적인 역차별을 초래할 이 법안, 이대로는 나는 반대다./정인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