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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변수가 있어서 다행이야
(2020년 6월 29일 연재 칼럼)
언제부턴가 여행 전 구체적인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첫째 날, 둘째 날 정도의 일정이 아니라 기상 시간부터 조식, 중식, 석식 식사 예산까지 기타 비고란 예상 식당 리스트까지 적어놔야 움직일만하다 느끼곤 했다.
굉장히 자유분방하게 자랐다고 생각했지만 나도 몰랐던 내 속에 이런 나도 있더라. 갑작스런 주말 시엠립행을 준비하면서 어김없이 시간표를 짰다. 유독 지인이 많은 곳이어서 점심, 저녁을 나눠가며 식탁 교제표를 ‘구성’했다. 나름 조합이 괜찮다며 만족했고 사전 연락도 완벽했다. 그런데 웬걸, 첫 식사부터 약속은 돌연 취소되었다.
세 아이와 여행하며 수없이 많은 변수를 상상했지만 변수라는 것은 언제나 내 범위를 뛰어넘는다. 유치부, 초등 저학년, 고학년과 함께 여행하다보니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마인드를 탑재해서 망정이지… 급하게 일정을 변경하여 점심 식사 장소로 이동하는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2박 3일동안 만나야 하는 지인 모두가 회식으로 우리가 있는 식당으로 온 거다. 어른과 아이들을 모두 합쳐 20여명이 되는 군단이 시엠립 핫플 피자컴퍼니로 들어온 순간은, 머리를 싸매고 몇 일 고민했던 내 시간표가 무색해진 순간과 오버랩되며 나는 괜스레 이 웃긴 상황이 반가웠다. 그리고 아차! 싶었다. 2020년을 코로나 19로 호되게 당하고도 잊고 있었다니. 나의 계획이 얼마나 얄팍한가를!
그 시간은 누군가는 우연이라 할 수 있겠지만 내게는 선물이었다. 내 마음을 어찌 이리 떡하니 아시고 늘 가장 좋은 것을 주시는지 신통방통하다. 별 것도 아닌 식당에서 지인 우연히 마주친 일 가지고 뭘 그리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별 것도 아닌 것 같았던 ‘일상’이 다 선물이었음을 경험하고도 말이다.
갑작스레 어머니께서 입원을 하시고 야심차게 준비한 취재 일정이 다 어그러졌지만 감사하다. 이번 주 마감도 전쟁터와 같겠지만 감사하다. 이렇게 난, 매 순간을 감사하기로 작정한다. 살아가면서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끝없이 발생한다. 수많은 변수가 파도처럼 일렁인다. 변수의 파도가 날 집어 삼킬 것 같기도, 파도를 뛰어 넘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제 나는 그 파도 위를 걷고 싶다.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 지긋지긋한 이 ‘변수’가 ‘감사’라는 징검다리가 될 것을 믿는다./정인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