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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30분만 떠나면 보이는 것들
(2020년 6월 1일 연재 칼럼)
나는 16살에 캄보디아에 처음 왔다. 정확히 말하면 끌려왔다. 사춘기를 정통으로 맞고 눈물로 매일 밤 새던 그 시절 난 프놈펜이 격하게 싫었다. 그래서 처음 프놈펜에 오던 날이 생생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20년 전의 프놈펜은 주요 도로 두 개를 제외하곤 비포장 도로였던 것과 지금의 툭툭 만큼이나 시클로(인력거)가 많았다는 것 정도뿐이다. 아직도 엄마는 내가 캄보디아 온지 1년에 다 되어가도록 집 앞 가게에서 계란 하나를 못 사왔다는 얘길 하시며 놀리신다.
솔직히 말해서, 20년 전 캄보디아에 올 줄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한 두해가 아니라 20년을 살게 될 줄은 더 몰랐다. 내 인생의 반 이상을 보내며 나도, 프놈펜도 정말 많이 변했다. 난 10대 사춘기 소녀에서 30대 아줌마가 되었고, 프놈펜은 소달구지와 방탄 랜드크루져가 같이 달리던 도시에서 그랩과 하이브리드의 도시가 되었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의 시선엔 프놈펜은 아직도 한국의 여느 중소도시만한 수준일 수 있으나 내 눈에 비친 프놈펜은 지난 20년간 빠르고 부지런하게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그렇게 싫었던 시절에도 지금까지 기분 좋게 뇌리에 박혀있는 몇 몇 장면이 있다. 태어나서 처음 본 야자수, 손에 닿을 듯 한국에서보다 더 친근한 거리에 있던 구름들, 흙과 땀이 뒤섞인 캄보디아 모토돕 아저씨의 낡은 남방, 쏟아지는 빗속을 가로지르던 수상모토돕….
며칠 전 다녀온 지방 출장길에서, 발전된 프놈펜에 익숙해져 ‘살만해졌다’며 좋아하느라 잊고 지내던 풍경을 봤다. 아마 시내에서 한 30분정도 달렸나? 얼마 떨어지지도 않은 그곳에 고스란히 기억 속 야자수, 손 안에 잡힐 듯한 구름, 흙먼지 갈색 옷을 입은 망고나무가 있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아이를 키울 때는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잘 알아채지 못하다가 10년 전 유치원 시절 사진을 보고 새삼 놀란 엄마처럼.. 반가운건지 그리운 건지도 잘 모르게 가슴이 설렜다.
지나치게 추억여행이 되어버린 창문 밖 이야기였지만, 이 글을 보는 캄보디아에 계신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코로나19 때문에 움츠려든 요즘, ‘건강한 거리’를 두고 잠시라도 떠나보시라고. 멀리 갈 필요 없이 30분만 떠나도 ‘프놈펜=캄보디아’라는 틀을 깰 수 있다고. 거기엔 앞으로 10년 후 캄보디아를 회상할 너무나도 멋진 풍경들이 가득하다고!/정인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