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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과거의 오늘, 내년의 오늘
(2020년 5월 25일 연재 칼럼)
요즘 핸드폰 사진첩이나 페이스북을 보면 ‘과거의 오늘’이라는 기능이 있다. 하루하루를 바쁘게 사느라 잊고 있던 1년 전, 2년 전 오늘을 보다보면 ‘벌써 00년이나 지났어?’ ‘저런 때가 있었지…’ 하고 추억에 젖는다.
코로나19로 2020년의 3분의 1이상을 홀랑 날려버리는 중에 우리는 지난 2019년의 5월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2019년 캄보디아의 상반기는 단 네 글자로 정의할 수 있다. 바로 <전 기 대 란> 전국적인 전력부족으로 캄보디아 정부가 추진한 계획 정전에 외국인뿐만 아니라 캄보디아인들도 치를 떨었다.
하루걸러 반나절 이상 정전이 몇 주, 몇 달 이어지자 에어컨 바람을 찾아 온 사람들로 온 동네 카페들은 시장통으로 변했고 이온몰2 영화관 소파에서 기나긴 정전의 끝을 기다리는 캄코주민을 보는 게 어렵지 않았던 작년 4,5월이다. 집집마다 충전식 선풍기 하나씩은 ‘비상용’으로 구비했고 치솟는 발전기값에 발전기 사업자만 노났으며 전기를 쓰지도 못하는데 전기세 폭탄을 맞아 억울함만 쌓여갔던 2019년.
가장 아찔할 줄 알았던 2019년이 지나고 정전보다 더 무서운 ‘코로나’라는 신종 바이러스에 2020년의 우리는 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당하고 있고, 언제까지 당할지 모른다. 작년의 잇템이 발전기와 휴대용 선풍기였다면 올해는 단연 마스크, 손소독제, 비접촉체온계 3종세트다.
집집마다 충전식 선풍기가 있던 자리는 어느새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을 위한 프린터, 노트북, 태블릿PC가 자리 잡았고 재택근무로 한산해진 거리에 배달앱 오토바이가 형형색색 부지런히 자리를 메웠다. 지금 우리는 각 나라의 하늘 문이 막히고, 비대면 소통이 미덕이 된 2020년을 살고 있다.
이쯤 되면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 하고 포기할 만한데 그 때마다 사람들은 바지런하게 살 길을 찾는다. 지긋지긋하다고 진절머리 낼 만도한데 옆집 언니는 쿠팡 K94 마스크 최저가를 찾아 오늘도 어김없이 마우스 광클 중이다. 내년에 또 어떤 신종 악당이 나타나 신박한 방법으로 우리를 괴롭힐지 모르지만 어떤 상황에도 굴복하지 않고 귀신같이 적응하고 있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내년의 오늘을 살고 있을 나에게 귀띔해주고 싶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분명 잘 적응해서 이겨낼 거라고…”/정인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