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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98화 썸뻐뿌람 사원과 뿌레아타옹 니엉니억
▲ 깜뽓주의 복꼬산 정상에 있는 “썸뻐뿌람 사원(Wat Sampov Pram; 5척의 배 사원)”
깜뽓주의 복꼬산 정상에 있는 “썸뻐뿌람 사원(Wat Sampov Pram; 5척의 배 사원)”은 캄보디아가 프랑스 식민지 치하에 있던 1920년대에 세워졌다. 이곳은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사람들에게는 불교 의식적인 장소로도 유명하다. 사원의 이름은 근처에 배를 닮은 듯한 5개의 기괴한 형상의 바위에서 기인한다. 여기에 얽힌 전설은 “뿌레아타옹(Preah Thorng; 타옹 왕자)과 니엉니억(Neang Neak; 용왕의 딸)” 이야기에서 일부가 차용됐다. 뿌레아타옹과 니엉니억 이야기는 캄보디아의 건국설화이자 전통적인 결혼풍습을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신화이다.
옛날에 뿌레아타옹이라는 크메르 왕자가 있었다. 그는 부왕이 후계를 동생에게 잇게 함에 따라 자신의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이끌고 왕궁을 나와버렸다. 그리고는 해안가에 이르러 근처 아름드리나무 아래에서 부하들과 쉬기로 했다. 아침이 되어 울적한 마음을 달랠 겸 홀로 모래사장을 거닐었다. 그러던 중 사람 소리가 들려서 가까이 가 보니 아리따운 여인의 모습을 한 니엉니억 공주가 시녀들과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이었다. 한눈에 사랑에 빠진 뿌레아타옹 왕자는 프로포즈에 성공했지만 그녀를 따라 바닷속에 계시는 용왕을 만나야했다.
▲ 전통 결혼식의 마지막 순서로서 신부의 옷자락을 잡고 신방으로 향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신랑신부의 모습
인간의 몸이었던 왕자는 니엉니억 공주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그녀의 꼬리를 잡고서야 뒤따라 용궁으로 갈 수 있었다. 용궁에 머문 지 7일째 되던 날 그는 용왕에게 인간 세상에 돌아가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용왕은 딸과 사위가 뭍으로 돌아가서도 잘 살 수 있도록 다섯 척의 배에 진귀한 보석과 재물을 한가득 실어 보냈다. 배가 해안가에 다다라서 닻을 내리고는 짐을 모두 배 밖으로 옮겼다. 그리고는 고지대를 찾아 도시를 조성하고 500여 명의 신하와 병사들을 거느리는 왕국을 건설했다.
5척의 배는 뿌레아타옹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도록 정박한 채 그대로 오랜 시간이 흘러버렸다. 해안은 점점 더 멀어졌고 땅은 점점 더 높아졌다. 흙이 쌓이고 쌓여서 다섯 척의 배는 모두 해안에 좌초돼버렸다. 오늘날처럼 배는 딱딱한 돌이 되어 땅에 파묻혔고 돛대만 돌출해서 남게 되었다. 이렇게 보꼬산 정상의 거대한 바위에 얽힌 전설은 지역민들의 입을 통해서 캄보디아의 신화와 연계함으로써 문화적 동질성을 확보하고 있다.
지역의 전설에 비하면 썸뻐뿌람 사원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1924년 씨소왓모니봉 왕대에 세워졌다. 당시 유럽의 날씨를 닮은 복고산의 선선한 기온을 선호했던 유럽인들은 이곳에 자신들의 휴양지를 조성하려 했다. 이에 더해서 프랑스 식민 정부는 왕을 위한 궁궐도 짓게 해서 독실한 불교도였던 씨소왓모니봉 국왕은 배 모양을 닮은 5개의 바위 근처에 불교사원과 불탑을 아름답게 건립함으로써 오늘날까지도 관광명소로 자리잡게 했다.
▲ 한국의 공포영화 끝판왕 “알포인트” 포스터와 영화의 순조로운 촬영을 위한 캄보디아 현지에서의 종교적인 의식 장면
복고산은 한국인에게 2004년에 개봉한 공포영화 ‘알포인트’의 테마가 되는 촬영지로 잘 알려졌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베트남전과 한국인 참전용사들의 주검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하다. 그래서인지 40도의 더위를 피해 도착한 복고산 정상의 20도를 상회하는 기온은 정신을 더 차리게 한다. 이제는 주변에 흩어진 커다란 바위에서 뿌레아타옹과 니엉니억 신화를 떠올리며 오랜 시간 망부석이 되어 지켰을 배 다섯 척의 회한도 공감해 보면 어떨까 싶다.
글 이영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