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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94화 인권활동가 루언 쏘왓(លួន សុវ៉ាត) 스님
캄보디아인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라지만 사실 진실을 감출 수밖에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속 시원히 들어주고 약자의 권리를 대변하던 활동가들은 하루아침에 총살되고 괜한 무지렁이가 억울한 저격범으로 지목돼서 10년 이상을 징역 살다가 죄가 없노라 한 마디로 석방되고도 아무런 보상이 없다. 또는 벼랑 끝에 내몰려 해외로 토껴버린 인사들은 더이상 고통을 분담해줄 위인이 못된다. 그런 절망감으로 일반인은 단순한 대화에서도 베트남이나 토지분쟁 이슈 등은 민감하게 치부돼서 입을 굳게 닫는다. 미국이나 유럽이 경제제재를 카드로 아무리 정부를 압박해도 실권자들은 꿈쩍도 않고 인권운동은 구심점을 잃었다.
▲ 프놈펜에서 시위를 벌이는 강제 퇴거민들의 모습
루언 쏘왓(Luon Sovath) 스님(43세)은 캄보디아의 씨엠립주에서 자랐고 캄보디아 역사에서 잔인한 내전 가운데 성인이 되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형제자매 11명은 분열해서 갈등함에 따라 쏘왓 스님은 15세에 승려의 길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그는 수십 년간 전쟁의 피해를 모면하고 업장(까르마), 성찰 및 정의의 미덕을 배우게 됐다. 한편, 내전이 종식되고 2004년 이후로 25만 명 이상의 캄보디아인은 정부의 상업적인 개발, 농장, 댐 및 광산 채굴을 위해 토지를 압수당하는 피해자로 전락했다. 이러한 상황은 불교의 이상과 배치됐기 때문에 내전을 피해 승려의 길로 도피했던 쏘왓 스님을 인권 활동가로 변모시켰다.
2009년3월 쏘왓 스님은 형제자매와 마을 주민들이 살던 집에서 강제 퇴거되는 것을 목격했다. 씨엠립주 찌끄라엥지구의 마을 농지는 정치적 커넥션이 있는 회사에 넘겨져서 불도저로 굴착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군대와 경찰 100여명이 강제집행을 위해 동원됐고 씨엠립주 검사, 부지사 및 기타 고위 관료들도 합동했다. 비무장한 80여명의 주민들은 토지의 명의가 설정된 바 없었어도 1980년대이후 계속 살았기 때문에 소유권이 인정됐다. 시위를 벌였지만 당국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대신 총격을 가했다. 주민들은 부상을 입었고 체포돼서 강제퇴거에 동의해야 했다. 주민들은 직접 경작한 쌀을 더이상 수확할 수도 없었다.
▲ 2014년 인권의 날을 맞이하여 전국을 행진하는 캄보디아 승려들과 일반인들
이날 쏘왓 스님은 주민들이 촬영한 영상을 수집해서 캄보디아의 주요 인권단체에 배포했다. 영상에는 주민들을 향해 발포하는 경찰의 악행이 그대로 포착돼 있었다. 이후 그는 모든 것을 빼앗겨 유랑하던 퇴거자 100여명의 구심점이었지만 동시에 정부 당국자의 눈엣가시였다. 특히 그는 비디오, 이미지 및 음악을 사용하여 주민들에게 닥친 토지분쟁 이슈를 알린 “멀티미디어 승려”로 유명했다. 그러면서 번번이 취재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았고 정부 당국의 조직적인 방해공작에 부딪쳤다. 2009년10월에는 주민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대 사이에서 당국이 동원한 승려와 경찰에게 강제 연행되어 시위대 해산을 요구받기도 했다.
특히나 씨엠립 당국이 쏘왓 스님이 속한 사원을 와해시키려는 협박을 가하면서 그는 프놈펜의 운날라옴 사원으로 옮겨야 했다. 그렇지만 계속적으로 씨엠립을 왕래하고 찌끄라엥지구의 주민들과 구속된 피해자들을 살피며 불교적인 설법을 전했다. 프놈펜에서도 다양한 토지분쟁 사건을 취재하고 영상을 제작해서 실태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에 따라 인권을 수호한 공로를 인정받아서 2012년에 ‘노벨 인권상’으로 불리는 마틴 에널스상(Martin Ennals Award)이 수여됐다. 2018년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그의 활동을 담은 영국 감독 크리스토퍼 켈리의 다큐멘터리 <캄보디아의 봄>(A Cambodian Spring)이 극장에서 개봉하기도 했다.
▲ 2012년10월2일 ‘노벨 인권상’으로 불리는 마틴 에널스상(Martin Ennals Award)이 수상하는 루언 쏘왓 스님
한편 2020년5월 급조된 페이스북의 여러 계정에서 쏘왓 스님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모녀간의 부적절한 관계를 암시하는 대화 장면이 노출되고 빠르게 지워졌다고 한다. 그렇지만 영상은 삽시간에 퍼졌고 스캔들에 연루된 여성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며 영상은 가짜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씨엠립 주지협의회는 쏘왓 스님의 승려 지위를 박탈했고 경찰은 강간 혐의를 들어 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국제인권단체의 도움으로 해외에 정착한 그는 그해 10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인권이사회에 초대 연사로 참석했고, 당시 캄보디아 정부측 인사는 불명예스럽게 승려직을 박탈당한 점을 부각하며 쏘왓 스님의 연설을 수차례 방해했다.
글 이영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