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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92화 미래 해양관광 도시를 꿈꾸는 시하눅빌
캄보디아에서 여행자라면 누구나 10년전을 추억하는 곳이 바로 시하눅빌일 것이다. 그때는 코코넛 나무와 과실수가 빽빽한 자연림 사이로 방갈로와 값싸고 깨끗한 게스트하우스가 부담없이 관광객을 맞이했다. 숙소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탁 트인 에메랄드빛 바다를 앞에 두고 나무 그늘 아래로 책 한권씩은 펴고서 여유를 만끽했다. 다양한 레스토랑과 웨스턴 바에서 팝이 흥겨운 밤이면 해변의 로맨틱은 절정을 달렸다. 가난했지만 자연스러웠기에 다국적 여행자들로부터 입소문을 타고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그때의 시하눅빌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다함께 잘 살아보자는 기치 아래 중국이 2013년 제안한 ‘일대일로(一带一路)’ 건설계획은 인프라 개발에 허덕이는 개발도상국 캄보디아에 호재로 작용했다. 2016년부터 중국의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과 아시아 금융협력 협회(AFCA)가 출범하고 2017년부터 80개 회원국의 협력이 공식화됐다. 이에 따라 캄보디아는 고속도로, 교량, 항구 및 발전소를 확장하고 건설함으로써 직접적인 개발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시하눅빌 도심은 중국인 개발자의 소유로 전환돼서 현재 고층빌딩이 들어섰고 차가운 도시의 전경을 완연하게 닮아가고 있다.
시하눅빌(Sihanoukville)은 현대 캄보디아 왕국의 아버지로 존경받는 노로돔 시하누크 선왕(통치: 1941-1955, 1993-2004)의 함자에서 명명됐다. 시하누크(Sihanouk)는 발라이어의 ‘시하(siha: 사자)’와 ‘하누(hanu: 턱)’가 합쳐진 말로서, 시하눅빌 도심에서 만나는 원형교차로 중심의 늠름한 황금사자상은 노로돔 시하누크 선왕의 위용을 간접적으로 대변한다. 한편, 현지인에게는 예전 명칭인 껌뽕싸옴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말레이어 ‘껌뽕(kampong)’은 ‘항구’라는 뜻이고 ‘싸옴(Saom)’은 산스크리트어로 ‘달의 신’ 또는 발라이어로 ‘시바 신’을 뜻해서, ‘껌뽕싸옴’은 ‘달의 항구’ 또는 ‘시바 신의 항구’를 의미한다.
▲ 시하눅빌 도심의 황금사자상
시하눅빌주의 수도인 시하눅빌시의 캄보디아인 인구는 2019년 인구조사에서 73,036명(전국7위)으로 도심에만 66,723명이 거주한다. 시하눅빌시는 5개동으로 구성하며 그 중 4개동이 대부분 도심에 있다. 시하눅빌의 역사는 1955년6월 시작된 국제 해상 무역의 관문인 시하눅빌 자치항 건설과 병행해서 발전했다. 시하눅빌항은 캄보디아에서 유일한 심해 항구로서 석유 터미널과 교통 물류 시설을 포함한다. 그 결과 도시는 무역, 상업, 운송 및 제조공정에서 국가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시하눅빌의 많은 해변과 인근 섬은 20세기 후반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국내 방문객과 해외 관광객을 보유한 캄보디아 최고의 해변 휴양지이다.
한편 시하눅빌은 심각한 조직범죄, 경범죄 및 부패와 관련된 스캔들의 초점이 되는 경우가 많음에 따라 범죄, 보안 및 안전과 관련된 도전에 직면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시하눅빌은 도시 전역에 수많은 카지노가 문을 열면서 전례 없는 수준의 중국인 투자를 보았다. 인구통계학적으로 수천 명의 중국 본토 노동자, 개발자 및 투자자가 이곳에 정착하면서 도시의 민족 구성을 바꿔버렸다. 2019년에 거의 8만 명의 중국인이 시하눅빌에 거주하며, 이는 베트남, 태국, 한국, 유럽 등을 포함하는 외국인 전체인구의 90%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중국어 간판이 크메르어와 영어 간판을 대체했고 취객의 폭력과 조직범죄의 형태로 범죄가 증가했다. 심지어 시하눅빌은 “차이나타운” 또는 “제2의 마카오”라는 별칭까지 획득했다.
한때 시하눅빌의 해변은 운치가 빼어났던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관광지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수십 년간의 전쟁과 격변 후에 도시와 기반시설이 매우 낙후됐고 건축적으로도 인상적이지 않았다. 이에 캄보디아는 이곳을 선진 해양관광도시로 거듭나게 하고자 중국 자본의 과격한 유입을 허용했지만 먼지와 황량함을 동반한 개발 바람은 어쩔수없이 소박한 외국인이나 현지인 관광객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이제는 소비와 향락을 부추기는 카지노와 쇼핑센터 건물이 화려한 불빛을 비추고 넓고 깨끗한 대로가 시원스럽다. 정말이지 한국의 부산 해운대를 연상하는 도시로 거듭날 모양이다.
글 이영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