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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예술 이야기] 제25화 하늘에 계신 나의 사부를 기억하며 ①
하늘에 계신 나의 사부를 기억하며 ①
Zurab Sotkilava 선생님은 내가 러시아 국립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의 아스피란뚜르 과정에서 유학할 때 나를 가르치셨던 분이다. 선생님은 러시아연방공화국인 그루지아 (조지아)에서 1937년 태어나서 2017년 모스크바에서 향년 80세로 돌아가신 당대 러시아 최고의 가수였다. 선생님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에는 구소련의 문화사절단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공연을 한적도 있었으며 러시아 성악가의 실력을 유감없이 한국에서 발휘를 하셨다. 이때만 해도 소련이 예술분야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실연을 한국에서는 볼 기회가 전무했던 때였다. 다만 러시아 출신의 무용수나, 화가, 음악가들이 유럽이나 미국으로 망명을 하여 활동을 이어나가던 시기였기에 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정도였다. 실제로 그들의 교육 방식이나 공연수준을 알기는 어려운 시기였다.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어려운 가운데 찾은 나의 유학의 길이 러시아였다. 알려진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던 나라 러시아. 소련으로 더 기억에 남아있던 내가 단지 아는 지식 몇 가지는 세계적으로 알려졌던 유명 음악가와 대문호의 이름 정도였던 곳이다.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Moscow state Conservatory of P.I. Tchaikovsky는 세계 3대 음악교육기관으로 그 명성이 무척이나 높은 곳이다. 음악원의 이름과 더불어 최고의 연주자가 아니면 허락을 하지 않는다는 Bolshoi Jal(Great Hall) 그리고 한 가지가 4년마다 개최되는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는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어떤 유명세보다 앞서는 곳이다.
하지만 나는 차이코프스키라는 러시아의 대단한 작곡가는 음악사를 배우면서 알고 있었지만 그의 이름을 딴 고등 교육기관이 있다는 사실은 유학을 결정하면서였으니 러시아에 대해 어느 정도 정보가 나에게 없었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모스크바에 도착하여 머물게 될 숙소를 확정한 후 음악원을 방문해 보니 놀랍게도 한국 유학생이라고는 20명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90년대 중반 이탈리아나 독일의 유명 음악원에는 한국유학생들이 넘쳐나던 시기였으며 같은 러시아이지만 상트페쩨르부르의 림스키 코르사코프 음악원에도 꽤 많은 유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런면에서 보면 이 학교는 이해하기 어려운 곳이였다. 이곳에서 나는 6개월의 예비과정을 거친 후 석사 과정 입학 시험을 칠 수 있었고 이후 2년의 과정 마치고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과정인 아스피란뚜르 입학 할 수 있었다.
내가 박사과정 시험을 보던 그 해에 성악 파트는 오직 3명에게만 입학이 허락된 죽음의 해였다. 결과적으로 러시아 출신 소프라노 2명 그리고 테너 한 명.
당시 젊은 성악가들 중에 러시아와 연방공화국 출신 그리고 해외에서 응시자 70여명의 도전자들. 이미 오페라 무대를 날아다니며 각종 콩쿠르와 극장에서 유명세를 떨치며 솔리스트로 활동하던, 심지어는 내가 알고 있던 친구들도 다 고배를 마셨던 해였다.
유독 이 해에 이런 참담한 결과가 나온 것은 러시아 만의 독특한 시험제도 때문일 것이다. 박사과정 입학 시험을 위해 응시자는 총 7곡의 노래를 시대별로 구분하여 준비를 해야 한다. 대략 30분~40분 사이의 연주 프로그램을 노래하게 되는데, 통상 심사위원으로 7명~9명 정도가 참여를 한다. 또한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내부에서 심사위원 50% 그리고 다른 음악원에서 온 외부 심사위원 50%로 구성이 된다.
시험을 치르는 중 응시자가 노래를 하고 있음에도 실수가 있거나 심사위원 생각에 자격 미달이라고 판단되면 지체 없이 심사위원장은 작은 종을 울려 퇴장 명령을 내린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리는 지는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가 있다. 또한 시험장은 일반인과 재학생들에게 공개가 된다. 관객이 있는 시험장 지금 생각해도 살이 떨린다.
응시자들은 시험이 끝나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시험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실기시험을 마치고 나면 심사위원들은 별도의 공간에 모여서 응시자들에 대한 평가를 한다. 이 심사는 점수를 매겨서 순위를 매겨 입학을 허가하는 것이 아니라 응시자 한명 한명에 대해 심사위원장이 위원들과 의논을 한다. 과연 이 사람이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최고 과정에서 공부할 자격을 갖추었느냐 아니냐를 평가하는 것이며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의견이 모아진 사람에게만 입학을 허가해 주는 것이다. 어쨌던 필자는 그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었다. 노래를 부를 때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종소리가 울리지 않을까 떨면서 말이다.
당시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아스피란뚜르 과정은 입학허가에 대해서 내, 외국인이 구별 없는 무한 경쟁이었고, 합격 여부는 심사위원 전원 합의(만장일치)에 의해 결정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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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전화 089 340 530
류기룡 교수
경북대, 러시아국립차이코프스키음악원(석·박사)
캄보디아 왕립예술대학 교수
성악가, 합창지휘자, 콘서트 프로듀서
NGO활동가로 동남아, 한국, 유럽에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