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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자 7 마까라, 그 승리의 민낯을…
크메르 루즈 사건이 Day of Anger라는 제목의 연극으로 재탄생했다. 학생연합의 연극 장면 (사진 구글검색)
캄보디아의 많은 공휴일 중에 한국인들이 무심코 지나가는 날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1월 7일 = 쁘람뻘 마까라다. 한국인에게는 생소하지만 캄보디아인들에게는 엄청난 의미를 가진 날.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행사를 하지 못했지만 매년 독립기념일 못지 않게 큰 규모로 총리가 직접 참석하여 주관하는 날이다.
‘1월 7일 승리의 날은 진정한 승리의 날일까?‘ 라는 제목으로 3년전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영문으로 Victory day over Genocide(학살 정권에 대한 승리의 날)라고 불리는 쁘람뻘 마까라(1월 7일의 캄보디아 표현)는 훈센 총리의 입장에서는 대승리의 기념적인 날이지만, 베트남군에 의해 프놈펜이 함락 당한 날이다. 이러한 역사적 아픔 때문에 현재까지도 많은 야당과 진보성향 지식인들은 이날을 ‘국가적 수치의 날’이라고까지 표현하며 현 집권여당을 향해 맹비난을 쏟아낸다.
학살정권에 대한 승리의 날에서 학살정권은 폴포트, 즉 킬링필드의 주동자인 크메르루즈 정권을 말한다. 캄보디아의 잔혹한 근대사인 크메르루즈는 1975년부터 1979년까지 폴 포트를 중심으로 누온 찌어, 이엥 사리, 손 센, 키우 삼판 등이 자신의 이념을 인민 전체에 강요하면서 농업을 기반으로 한 급진공산주의혁명 주동세력이다. 이들은 당시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2백만명을 대량학살했다. 학살 행위 이외에도 농업개혁으로 인한 심각한 기아, 의약품의 부족으로 전국에 파다하게 퍼진 질병, 무차별적인 처형과 고문으로 나라를 선홍빛 피로 물들였다. 프놈펜에서 남서쪽으로 약 8k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프놈펜 찌응아엑 대량 학살센터에서 이런 킬링필드의 잔혹한 현장을 생생히 볼 수 있다.
크메르 루즈는 과거 동맹이었던 베트남에 대한 대규모 군사행동을 실시하다 1979년 패배하며 몰락했다. 크메르루즈 장교출신이었던 훈센 총리를 비롯한 반군이 이끄는 게릴라군이 베트남군에 합류해 수도 프놈펜을 함락시켰다. 이 ‘승리’를 기념하는 날이 바로 1월 7일이다.
현 정권을 이끌고 있는 캄보디아 국민당(CPP)은 최대 명절, 독립기념일와 견줄 만큼 1월 7일 승리의 날 행사를 성대하게 치른다. 그러나 베트남군의 도움으로 승리를 거머쥐고 난 다음부터 베트남 정부의 끊임없는 내정간섭이 빚은 치욕적 근대사를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학살의 역사, 치욕의 역사를 딛고 일어서 도약의 역사에 서 있는 캄보디아. 이곳에 사는 우리는 반드시 1월 7일 쁘람뻘 마까라가 가진 양면의 의미를 모두 되새겨 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정인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