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예술 이야기] 제19화 보리밥에서

기사입력 : 2021년 12월 03일

류기룡 타이틀

보리밥에서

우리는 세계적인 거부인 빌 게이츠 부부, 워렌 버핏 등 도저히 자기가 얼마나 연간 수익을 거두는지 숫자상으로는 알지만 돈을 쌓아놓았을 때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런 억만장자 사이에서 더욱 활성화 되고 있는 기부에 대한 내용들을 각종 미디어들을 통해서 접하고 있다. 평생 노력해서 모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발전시키고 성장시켜준 사회를 위해서 환원하고 세상의 굶주림과 병마를 퇴치하는데 자신의 전 재산을 돌려주고 가겠다는 것인데 얼마나 아름답고 정겨운 모습인가!

이들은 여기뿐만 아니라 교육과 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있다. 왜일까? 그것은 교육은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원동력이며 문화는 인류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국내에서도 2000年 代 이후에 시작된 메세나 운동, 바르게살기, 사랑의 열매 등 많은 기부활동들이 활발해 지고 있으나 해외에 살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피부에 사실 와 닿지는 않는 듯 하다.

오히려 필자에게는 한국에서 경험해 보았던 문화 바우처 운동이나 문화 도시락 이라는 두 운동이 오히려 시선에 들어오며 실제로 여러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았었다.

두 운동의 차이점은 하나는 정부의 문화정책으로 운영을 하고 있으며, 다른 하나는 민간의 힘 혹은 개인의 힘으로 운영이 된다는 것이나 그 기본은 동일하다. 문화소외계층이나 경제적인 차상위계층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는데 일조함으로서 하나 되는 사회, 함께하는 사회를 이루어져 보자는 뜻이 담겨있다.

필자가 외국에서 겪었던 공연관람에 대한 일이다.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內에 있는 발쇼이 잘(Bolshoi Hall-Grand Hall)에 제시 노먼이라는 소프라노가 공연차 왔을 때 였다.

공개 리허설 조차 유료로 진행이 된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음악원의 재학생들은 학생증을 제시하면 무료로 관람을 허용해 주는 것이었다. 학생들에게 더 많은 공부와 경험의 기회를 경제적인 부담없이 가질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학교측의 요청과 이 공연에 대한 후원기업의 배려가 통한 결과였다.

두 번째는 뻬쩨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에 세계적인 성악가의 출연이 있다고 하여 큰 맘을 먹고 밤 열차를 타고 12시간을 달려가 입장권 구매를 하러 갔을 때였다. 타 도시에서 온 학생이지만 음악도이기 때문에 당연히 대접받을 권리가 있다며 50%의 할인율을 적용해 주는 것이었다. 물론 멀리서 온 손님이고 또한 외국인이기도 해서 신기해 할 수도 있었겠으나 그것보다는 기본적으로 음악뿐 아니라 예술에 대한 투자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이런 추억은 있다. 88서울올림픽 당시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과 92년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공연 때 앞에서 사정사정해서 저렴한 티켓을 구해 관람을 하고 받은 깊은 감동을 안고 서울역까지 걸어서 밤 열차를 타고 내려오는 내내 공연이야기와 음악이야기로 미래의 나의 모습으로 꿈꾸었던 기억이 있다.

50代 이상인 분들에게는 국민학교, 중학교 시절에 도시락을 싸 오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었을 것이다. 필자도 이런 기억이 있으며 친구들 몇 명이 모여서 소찬에 보리밥이지만 웃으면서 나누어 먹던 기억도 있다.

그렇다. 문화도시락, 문화 바우처는 내 것이 많이 남아서 베푸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지만 나누는 기쁨인 것이다. 캄보디아에서도 드물지만 요즘 이런 일들을 볼 수 있다. 아동병원을 돕기 위한 전국을 달린 대중가수도 있고, 한국에 근로자로 다녀온 후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벌어들인 수익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경우도 있고, 한국에서 유명한 스포츠 스타가 되어 자신의 고향 아이들에게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경우도 봤다. 내 나라, 내 조국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캄보디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의 기업들도 알게 모르게 나눔의 손길을 펼쳐오고 있다.

다만 필자의 한가지 바램을 말하라면 이제 나눔의 손길을 교육과 문화예술로 좀 더 확대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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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룡 교수

경북대, 러시아국립차이코프스키음악원(석·박사)
캄보디아 왕립예술대학 교수
성악가, 합창지휘자, 콘서트 프로듀서
NGO활동가로 동남아, 한국, 유럽에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