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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71화 우안거를 마친 승려들에게 보시하는 법복 “까턴”
우안거를 마친 승려들에게 지급하는 법복
까턴(팔리어 Kathina 또는 크메르어 Kathen)은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스리랑카, 인도 및 태국에서 상좌부 불교도들이 7월부터 시작된 3개월간의 우안거를 끝내는 불교의 축제이다. 이 축제는 음력 9월16일부터 한 달간 거행됨에 따라 캄보디아에서는 음력 10월15일의 물축제를 기점으로 끝난다. 이 기간에 평신도들은 승려들에게 새로운 법복을 장만해 드리고 지역의 사원마다 현물을 기부함으로써 보시를 행한다. 이때 조성한 재원은 지역 사원의 주관으로 일년 동안 학교, 병원 등을 신개축하고 빈민을 구제하는 용도로 쓰인다.
까턴은 팔리어로 불교 승려의 법복을 재단하는 과정에서 길이와 폭을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도구를 가리키는 말에서 유래됐다. 불교에서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30명의 비구 승려들이 우안거를 지내기 위해서 고타마 부처님과 여정을 떠나고 있었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우기가 시작돼 버렸고 그들은 사케타(Saketa)라는 지역에서 멈춰야 했다. 당시에 우안거 기간에 승려들이 의도치 않게 농작물 또는 곤충에 해를 끼칠 수 있어서 부처님의 지시에 따라 탁발승은 바깥출입을 삼가야 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승려들은 안거에 들어가야 했다.
까턴 기간에 사원마다 기금을 모금하기 위해서 불교 신도들과 거리 행진하는 모습
우안거에 들어간 승려들은 불법을 수호하며 평화롭게 지냈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서 부처님은 나눔과 관용을 실천하며 승려들을 보상했다. 즉, 평신도들로부터 보시받은 옷감으로 법복을 지어서 3개월간의 수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승려에게 지급했다고 한다. 오늘날 캄보디아에서는 이렇게 지급하는 법복을 까턴이라고 부른다. 2001년 보도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사원은 전국적으로 3,731곳에 이르고 승려는 대략적으로 50,873명이라고 한다. 매년 까턴 기간 동안에 전국의 사원과 지역사회는 일정한 날을 정하여 축제를 거행하는데, 불자들이라면 이날을 기해서 아무 지역이나 방문해서 사원마다 까턴 축제에 참가할 수 있다.
지역사회의 주민들도 까턴 기간에 친구나 친척을 고향으로 초대할 수 있다. 축제를 축하하기 하루 전에 캄보디아 사람들은 아침 일찍 법복, 양초, 향, 우유, 차, 음식 및 승려들을 위한 선물 등을 사러 시장에 간다. 오후에는 집집마다 귀한 방문객들을 위해서 음식과 음료를 차려서 대접하고 저녁에는 승려들을 초대해서 법문을 듣는다. 밤에는 사원에서 모든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민속극을 공연하거나 영화를 상영한다. 다음날 아침에는 법복과 갖가지 보시품을 사원에 가져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주민과 방문객들은 시주돈을 보시할 수 있다.
사원 내부에서 진행되는 까턴 행사 장면
이렇게 모든 사원에서는 매년 까턴을 치르는데, 캄보디아 사람들은 이러한 카턴을 통해서 이생과 다음 생에서도 행복, 건강, 풍요를 기원한다. 이 기간 동안 사원 주변부터 마을을 둘러서 상당히 경쾌한 음악 소리가 밤늦게까지 들리고 캄보디아의 온 국민이 흥겹게 보낸다. 특히 기금을 모금하는 연주팀의 공연 행렬이 이어질 때면 외국인이라도 일정량의 지폐를 기부해서 헌금에 동참해도 좋을 듯하다. 헌금을 나뭇잎처럼 매달아서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케하는 ‘지폐 나무’와 각종 보시품을 이고 지고 사원까지 인도되는 과정도 진풍경이다.
까턴 기간은 캄보디아에서 공휴일로 지정된 날이 없지만 2019년의 언론보도에서 프춤번이후에 시작되는 까턴 기간에도 국민들에게 해당 축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다만 2020년은 3월이후로 COVID-19 팬더믹의 여파가 종교집회를 중심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해서 국가적 정체성의 축을 이루는 불교행사에도 제약이 따르는 모양이다. 10월3일부터 집 근처의 사원에서 까턴 기간을 알리는 독송과 악기 소리가 심상찮게 울려 퍼지더니, 지난 6일자로 종교예식부는 사원과 승단을 통해 기금 마련을 위한 거리 행진을 못하도록 지시 내렸다./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학과 이영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