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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불붙는 건설 경기
프놈펜 중심 시가지에서 서쪽으로 살짝 벗어나 있는 프놈펜 신도시 주변은 요즘 흙먼지 속에서 하루가 시작되고 하루가 저문다. 한낮에 신도시 지역의 간선도로를 지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덤프트럭 행렬 속에 갇히기 일쑤다. 택지 매립을 위해 외곽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흙차들 때문이다. 시내 쪽으로 들어오는 차선은 차량들이 떨어뜨린 흙과 모래로 아스팔트가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물차가 수시로 물을 뿌려 도로 청소를 하지만 하루가 지나면 또 흙길로 바뀌고 만다.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에 물이 빠진 저지대를 흙으로 돋우는 이런 풍경은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시작되는 11월 말부터 해마다 되풀이 되는데, 올해는 유난히 그 열기가 뜨겁다. 수년간 침체되었던 건설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프놈펜 시내 곳곳에 펼쳐지고 있는 공사 때문이다.
불과 1,2년 사이에 시내 곳곳에 주택단지가 많이 들어섰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선호하는 주거 형태인 플랫하우스와 빌라가 대세를 이룬다. 이미 분양을 거의 완료하고 제2, 제3의 프로젝트에 착수한 회사들도 여럿 있다. 목돈이 없는 수요자를 위해 분양금을 중장기로 분할해서 납부하게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손님을 끄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적게는 3,4만 달러에서 많게는 몇 십만 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이런 집들은 대다수의 캄보디아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런데 어떻게 분양이 이루어질까? 가수요 때문이다. 몇 채, 혹은 몇 십 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이것을 임대해서 수입을 얻거나 장차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이 있어 가능하다.
캄보디아의 개발 바람은 주택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여러 개의 상업용 빌딩들이 신축되고 있다. 지상 38층 규모의 바타낙 캐피탈 빌딩을 비롯해서 프놈펜호텔, 소카호텔 등이 공사중에 있고, 일본의 거대 유통사인 이온 그룹이 다이아몬드섬 근처 강변에 대형 쇼핑센터를 짓고 있다. 또, 봉제 산업이 호황을 타면서 2,3년 사이에 수십 개의 공장이 새로 지어졌고, 지금도 신축과 확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이렇게 캄보디아의 건설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지만 한국 업체들의 활약은 매우 저조하다. 캄코시티나 골드타워42로 대표되는 한국 주도의 건설 사업이 중도에 멈춘 후, 작은 규모의 아파트 건설 사업이 몇 개 추진되는 것 이외에 별다른 실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막대한 투자를 해서 개발의 씨만 뿌리고 열매를 수확하지 못하는 꼴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캄보디아의 건설 경기는 다른 분야야 마찬가지로 외국의 자본이 선도해 나가는데, 그 중심에 화교들이 있다. 중국 본토를 비롯해서 싱가포르 대만 홍콩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화교들이 자본을 투자하여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상권을 쥐고 있는 중국계 캄보디아인들의 활약도 눈에 띄는데, 이들은 특히 주택 개발 분야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과 베트남의 캄보디아 진출과 투자가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한때 캄보디아 투자국 중에서 선두에 섰던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다른 나라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 캄보디아를 찾는 한국인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려는 이들이 주류를 이른다. 그렇지만 그 동안 캄보디아에서 한국인들이 치러야 했던 실패의 사례들이 발목을 잡는다. 다시 불붙기 시작한 캄보디아의 건설 분야에서 한국이 재기하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다. / 한강우 한국어전문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