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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63화 오래된 땅 위로 떠오르는 새로운 태양
▲ 1960년 출간된 ‘오래된 땅 위로 떠오르는 새로운 태양’(좌)와 2019년 출간된 영어본(우)
「오래된 땅 위로 떠오르는 새로운 태양」은 1960년에 발표된 캄보디아의 근현대 역사소설이다. 제목으로 짐작되듯이 프랑스 식민지(1863-1953) 치하에서 끊임없이 고통받던 민중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독립이후 구성된 정부를 찬양함으로써 캄보디아 어용문학의 전형을 제시한다. 작가 쑤언 쏘린(Suon Sorin; 1930~?)은 이 작품으로 노로돔 시하누크 국왕으로부터 국가 문학상(Indradevi Literary Competition)의 최고 영예를 안았고, 작품은 현행 고등학교 12학년 교재에 수록되어 있다.
소설은 주인공 썸(Sam)이 1960년 제9차 국회 총회를 위해 바탐방에서 프놈펜으로 상경하는 기차에서 7~8년 전의 삶을 회상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일찍이 그의 부모는 크메르 이싸락(Khmer Issarak; 1940년에 태국에서 조직된 캄보디아인 무장독립운동 단체)에 가담한 혐의로 프랑스 군인들에 의해서 희생됐다. 썸은 열여덟 살에 프놈펜으로 상경해서 짐꾼으로 일하지만 노예보다 못한 대우와 학대로 인해서 그만두었다. 다음으로 대중적인 교통수단인 씨클로를 빌려서 기사가 되지만 이마저도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했다.
집도 없는 썸은 같은 처지의 써이(Soy)를 만나 결혼하고, 그녀는 부잣집 하녀로 들어가지만 흑심을 품은 주인의 불의로 하룻밤 만에 도망쳐 나온다. 화가 난 썸은 그 부자를 죽이려 하지만 실패하고 징역을 산다. 감옥에서도 무시로 두들겨 맞았고, 풀려나서 시작한 씨클로 운전 중에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다. 퇴원 후에 취직한 비누공장에서 관리자로 승진하지만 고용주와의 불화로 곧 해고된다. 관리자는 캄보디아인 노동자를 베트남인으로 대체하려고 했고 그때마다 그는 노동자의 편에 섰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러 공장을 전전한 경험 덕분에 노동자 단체도 결성해서 호응을 얻지만, 선거기간에 믿고 지지했던 정치인으로부터 배반당한다. 결국에는 다시 씨클로 기사가 되었는데 돈이 너무 없어서 만삭인 아내를 제대로 처치 못해 목숨을 잃는 참극이 발생한다. 모든 것을 상실하고 노숙자가 된 그는 자신이 지켜왔던 도덕성에 의심을 품고 도둑질을 한다. 그러나 이내 생각을 고쳐먹고 훔친 지갑을 돌려주지만 징역살이는 피할 수 없었다. 6개월 후 감옥에서 나오는 길에 또다시 교통사고를 당한다.
다행히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운전사는 정부 관리로 좋은 사람이었다. 썸에게 일말의 행운이 찾아온 것인지 덕분에 치료도 받고 보상으로 일자리도 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잠시나마 그의 인생에도 안전과 안락함이 찾아왔다. 그러나 결국 썸은 프놈펜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삶에서 만족을 얻을 수 없었다. 도시의 삶은 물이 부족해서 날마다 시들고 퇴색하는 꽃과 같이 점점 황폐화될 뿐이었다. 때마침 캄보디아는 역사적 변혁의 바람이 불면서 식민지에서 해방되고 노로돔 시하누크 국왕이 나라를 통치하는 시대가 됐다.
이렇게 “프랑스 식민지의 땅 위에 그리고 기만적인 정치인들 위에 새롭게 떠오른 태양”을 보면서, ‘과거의 자유, 행복과 조화로 가득찬 농민의 삶’을 떠올렸다. 그는 땅으로 돌아가 쌀을 재배하여 국가를 먹여 살리기로 결심한다. 3년여 동안 정부가 관개시설을 확충하는 등의 지원 덕분에 농민들은 농사가 수월해졌고 썸은 농촌지도자로서 프놈펜의 국회에 참석하여 그 동안의 성과를 밝힐 기회를 얻는다. 마지막으로 프놈펜이 더이상 돈과 향락의 도시가 아니며 병원과 학교가 제 구실을 하는 것에 크게 만족하며 바탐방으로 귀환한다.
이 소설은 다분히 목적적이고 기록문학적인 성과만 있을 뿐 인물 표현이나 스토리의 짜임새 등의 소설적 장치는 별로 기대할 게 없다. 그럼에도 간과될 수 없는 것은 당시의 기치와 모토를 업어서 오늘날까지도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상경한 어린 노동자들은 가난이 씨클로 바퀴 구르듯 반복되고 가진 자로부터 쉽사리 버림받다가, 결국은 다시 농촌에서 대지를 섬기며 살아야 하는 운명이다. 2020년은 COVID-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면서 10만이 넘는 공장 노동자들이 해고됐고 해외의 이주노동자들도 대거 귀국하여 농촌으로 복귀했다./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학과 이영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