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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예술 이야기] 열한번째 이야기 – 벽돌을 쌓고 음악을 쌓는 삶의 시간들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 하기를 건축을 산업의 한 부분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땅을파고 바닥공사를 하고 기둥을 세우고 콘크리트와 벽돌 그리고 철근 등 다양한 재료들을 이용하여 건물을 짓는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자는 건축을 예술의 범위에 넣어 부르곤 한다. 실례로 세계 여러나라의 경우 아니 대한민국의 경우를 보면 건축협회는 당당히 예술인총연합회의 회원단체이기도 한 것을 보면 더욱 쉽게 이해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공연에 대한 글을 쓰면서 왜 건축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그것은 한편의 예술작품을 창작해 나가는 과정과 하나의 건축물을 올리는 과정은 비슷한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는 다차(Dacha)라는 여름 별장이 있다. 경제적 여건의 어려움을 극복해 보고자 하는 위정자들의 배려속에 구소련(USSR)시절부터 있었던 (물론 그 이전 재정 러시아 시절에도 있었으니 복귀라고 보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제도인데 도심을 벗어난 곳에 일정 부분의 땅을 제공하여 본인들이 그곳에 스스로 집을 짓고 땅을 개간하여 감자, 오이, 토마토 등의 야채와 육류들을 여름기간 동안 길러 땅속을 판 만든 자연 냉장고 속에 보관을 하는 다목적의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한마디로 인간의 가장 중요한 3가지 중에서 식(食)을 해결하는 수단이었다. 물론 이유는 시장경제가 아닌 계획적 공산경제로 인해 상당부분의 물자가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러시아인들은 이 다차를 짓기 위해서 짧게는 일, 이년이지만 그 이상의 긴 시간을 투자하여 짓고는 한다. 매 주말마다 그곳에 갈때는 벽돌 몇장, 나무판과 기둥 몇 개 본인의 형편이 허락하는 대로 재료들을 구입하여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계획대로 조금씩 조금씩 지어올라가는 것이다.
이곳 캄보디아에 살면서 필자는 위의 경우와 유사한 일들을 볼 수 있었다. 다만 건물을 짓는 용도와 목적은 차이가 있겠으나 이곳 캄보디아인들의 경우에도 본인의 경제력에 따라 여러가지 재료들을 사다가 직접 하나씩 틀을 잡아가다가 돈이 떨어지면 공사를 멈추었다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시작하는 일들 말이다. 도심에서 자신의 집을 본인의 사용목적에 맡게 짓는 경우도 보았고 도심 외곽을 방문했을때도 자신의 가족들이 함께 살집을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짓고 있는 경우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실예로 필자는 지인의 초대를 받아 5년 가까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건축한 집으로 가서 그의 가족들과 주말을 보내고 온 적도 있었다. 그곳에는 TV도 다른 오락도 없었지만 그들은 음악과 그에 따른 춤 그리고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준비한 음식들을 나누며 주말의 망중한을 보내고, 자신이 개간한 땅에 심은 야채들을 가꾸어 나가는 것이었다.
예술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이들이 나무판 한 장을 이번주에 다듬어 쌓아 손질을 하고 다음주에 또 하나의 나무판을, 벽돌 한 장을 천천히 쌓아가는 것처럼 음악을 예를 들면 작곡자가 자신에게 감동을 준 동기(Motive)를 찾아 하나씩 하나씩 음표를 쌓아 나갈 때 또 더하여 여러 가지 느낌들을 설명하기 위해 점점 세게, 점점 여리게, 서정적으로, 행진곡 처럼 등 다양한 기호들을 악보에 추가함으로서 튼튼한 작품의 기초를 쌓아 나가는 것이다. 완성된 작품을 가지고 다양한 장르의 연주자들과 가수들은 이를 매개체로 하여 기둥 세우고, 벽을 쌓고, 지붕을 덥고 손에 손을 더하여 하나의 완성된 아름다운 음악을 표현해 내는 것이다.
예술은 결코 먼 곳에 있지도 어렵지도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 필자의 오늘 결론이다. 몇해전부터 부단히 노력해 오고 있는 캄보디아 성악가들에 의한 합창. 난생 처음으로 합창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아름다운 감동을 만들어 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필자 역시 한 사람의 음악인으로서 얕은 시선일 수 있으나 잠시 눈시울이 뜨거워진적이 있었다.
한 사람의 훌륭한 리더를 통해서 진행되는 모습보다 한 장의 벽돌처럼 자신을 던져 튼튼한 벽을 쌓아 가는 모습이 음악적으로는 세련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한 곡의 합창을 만들어 가는 장면은 결코 쉽지 만은 않았을 것인데, 이 작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해 가는 모습속에서 예술의 또 다른 힘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을 칭찬 받을 만 한 것이다. 이제 또 다른 결론을 내 본다. 결코 ‘나만 아니면 되’라는 방송 유행어 보다 ‘나 하나의 보탬’이라는 말이 생활속에서의 예술의 힘과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 한번쯤 더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2021년01월. 새로이 시작되는 한 해. 우리는 함께 살아갈 시간을 한장 한장 쌓아가는 벽돌을 통해 집을 완성하듯, 한음 한음을 이어나가서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고 누구에게는 편안한 휴식을 또 다른 누구에게는 깊은 감동을 주듯 그렇게 만들어 나가는 한해가 되어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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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전화 089 340 530
류기룡 교수
경북대, 러시아국립차이코프스키음악원(석·박사)
캄보디아 왕립예술대학 교수
성악가, 합창지휘자, 콘서트 프로듀서
NGO활동가로 동남아, 한국, 유럽에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