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순칼럼] 박근혜 대통령 시대, 잘 살아보세

기사입력 : 2013년 02월 05일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70년대에는 이른 아침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지는 전국민자명종 노래와 함께 기상했다. 골목청소는 하는 둥 마는 둥, 산아제한 장려용으로 푸짐하게 배급된 부모님의 장난감(?)으로 풍선을 불어 공놀이를 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우리는 해군이다. 바다가 고향…>, 여고시절 교련사열을 받을 때 불렀던 군가다. 교련선생님은 자신의 키보다 큰 정신봉을 휘두르며 북괴도발과 동시에 학도호국단 번호가 군번이 될 것이라며 솜털이 보송한 소녀군단의 군기를 잡으셨다. 5.16 박정희 정권출범과 함께 태어나 여고졸업반 때 10. 26 사태를 맞았으니, 우리끼리는”Made by 박통”세대라 칭한다.

바야흐로 박근혜 대통령 시대가 열린다. 박정희 정권이 경제개발 5개년의 국가계획경제를 실시하면서 우리국민이 빈곤탈피를 위해 피땀을 흘리기 시작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녀는 <잘 살아보세>를 <다시 한 번 잘살아보세>로 리바이벌해 대권도전에 성공했다.”황금”의 기억과”산”의 기억이 하나가 되면 “황금 산”이 돼 버리는 것, 이것이 인간의 상상력이라고 한다. 누군가의 노랫말처럼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에 치이다보니”고속성장”의 기억이”옛날 좋았던 시절”의 향수로 되살아나, 부친의 후광 덕을 보기도 했으리라. 그러나 48%의 반대편 유권자들은 오늘날 부익부빈익빈의 시발점이 된 조직적인 부패와 성과주의, 인권 유린 등, 장기집권의 폐해 또한 망각하지 않고 있다.

17세기 30년 전쟁을 겪은 독일은 인구가 대폭 줄었을 뿐 아니라 여자 2.5명에 남자 1.5명으로 성비가 왜곡되었다. 그 시대에는 가장 커다란 경제적 자산이 노동력이었던 만큼,”금후 10년간 모든 남자는 두 사람의 아내를 거느릴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공문서가 하달되었다고 한다. 우리역사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구호에서 <힘닿는 데 까지 낳아보자>는 구호로, 학도호국단까지 동원했던 체제에서 18개월 군복무 단축 국면으로, 복지라는 말만 입에 올려도 빨갱이 취급당하던 분위기에서 복지문제가 가장 큰 이슈로, 반세기 동안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국가 위상 또한 달라졌다. 역사를 두고 볼 때 영원한 사회규범이란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 시대의 경제적 정치적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해왔다.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자유 없는 체제에서 성장한 사람은 자유가 주어져도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한다. 군사정권 치하에서 성장기를 보낸 우리세대는 대신 멍석을 깔아주는 이가 없으면 연애질도 못했던 주눅 든 세대다. 새 박통시대에는 <잘 살아 보세>의 그 “잘”의 의미가 “곳간을 살찌우는” 치부(Rich)의 차원 넘어, 누구나 타고난 역량을 거리낌 없이 펼칠 수 있어 “영혼을 살찌우는” 복지(Happy)의 의미로 새롭게 적용되었으면 싶다. / 나순 (건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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