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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 캄보디아 제6대 총선 정리
오는 7월 29일은 캄보디아 제6대 총선일이다. 7월부터 매 주말마다 프놈펜 전역과 국도에는 오토바이, 차량을 동원한 선거 운동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캄보디아에 살고있는 한국 교민에게 캄보디아 총선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까? 행여 정치 불안, 치안 불안 이어질 수 있는지 아니면 그저 유세 때문에 교통 정체가 심해지는 것에 불과한지….
총선의 사전적인 정의는 ‘국회 의원 전부를 한꺼번에 선출하는 선거’다. 그런데 캄보디아에서 총선은 단순히 의회의 의석수를 판가름하는 ‘선거’로 그치지 않는다. 수십년을 이어온 정권을 교체한다는 것은 곧 국가 불안정, 즉 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히 높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총선때는 캄보디아를 떠야한다는 흉흉한 소문도 매 선거 때 마다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재캄 일본상공회의소에서는 선거일 1달 전부터 캄보디아에 비즈니스차 입국을 전면 중지시키기도 했다.
근 20여년 전 내전을 겪은 나라. 참혹한 학살의 중심지. 한국 못지않게 주변국에 휘둘려야만 했던 캄보디아의 멍든 근대사의 마침표를 찍은 훈센 정부와 이 정권 교체를 갈망하는 신흥 세력들을 짤막하게 짚어보면서 캄보디아 6대 총선을 정리했다.
잊을 수 없는 그 해, 2013년 5대 총선
33년의 장기집권, 세계 최장 독재 정권이라는 오명의 캄보디아. 지난 2013년은 이런 정치판도를 바꿔보겠다는 젊은 지지층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었다. 훈센 총리와는 사뭇 다른 이미지의 엘리트 정치인인 삼랑시를 주축으로 구국당은 ‘(나라를)구하고, 섬기고, 지키자(Rescue, Serve, Protect)’는 슬로건을 내세워 이른바 ‘정권교체’ ‘적폐 청산’를 외치는 시민들의 선거 유세가 맹렬한 기세로 타올랐었다.
당시 그 어느때보다도 긴장했을 국민당(CPP)은 당시 농촌에 집중하여 선거운동을 펼쳤다. 크메르루즈로부터 나라를 구해낸 탁월한 행동파 훈센 정부의 외교 수완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일궈낸 캄보디아를 강조하며 기존 지지층을 공략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민당(CPP)이 68석, 구국당(CNRP)이 55석을 차지하며 승기는 여당이 가져갔으나 턱 밑까지 쫓아온 야당 구국당의 성적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선거 과정에서 부정 선거의 의문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고, 곧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프놈펜시 북쪽에 위치한 자유공원(프리덤 파크)에서 연이은 부정선거 규탄 시위대와 경찰이 마찰을 빚었다. 결국 다음 해 7월 구국당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고 국회에 안정이 찾아왔다.
제1야당의 강제해산, 대적할 자 없는 훈센 정부
그렇게 세월이 흘러 지난 2017년, 삼랑시 전 총재는 잇따른 혐의와 기소로 캄보디아를 떠나 망명생활을 한지 오래 됐고 제1야당 구국당 총수 켐소카는 미국과 공조해 정권을 장악하려 했다는 반역죄로 구속되면서 2017년 12월에 구국당이 강제 해산됐다. 당시 구국당 수뇌부 118명은 5년 정치활동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로인해 명실상부 현재 캄보디아 거대여당 국민당을 대적할 힘을 가진 야당은 현재 없다.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정당은 모두 20개 정당으로 캄보디아 사람들 조차도 제대로 모든 정당을 다 외우고 있지는 않다. 주요 정당은 훈센총리의 캄보디아국민당(CPP)과 라나리드 왕자를 중심으로 한 때 득세하며 정권의 중심이기도 했던 푼신펙당(기호 13번)은 이제 구국당 해산으로 챙겨 얻게 된 41석짜리 제1야당이 되었지만, 얼마던 라나리드 왕자가 교통사고를 당하며 당의 사기는 더욱 떨어졌다. 끔 위스나란 독설을 일삼는 평론가를 중심으로하는 LDP(민주연합당 기호 10번)도 젊은 매니아층 사이에서는 인기를 끌고 있는 정당이지만 대중성이 떨어져 CPP의 적수가 되지는 못한다.
이외 녁 분차이가 이끄는 크메르국가연합당(기호1번), 짠 분헌이 이끄는 우리고향당(기호2번), 누언 소카위가 이끄는 새빛당(기호3번), 셍 소켕이 이끄는 캄보디아국적당(기호4번), 윌리엄 강이라는 페이스북 예명의 평론가로 활동하는 캄보디아기립당(기호5번), 멈 쏘넝도가 이끄는 민주사회벌집당 (기호6번), 영쌍꼬마 대표가 이끄는 풀뿌리민주주의당 (기호 7번), 민주공화국당(기호8번), 케메라광명당(기호9번), 론놀 장군의 아들인 론 릇이 이끄는 크메르공화국당(기호11번), 크메르빈곤퇴치당 (기호 12번), 캄보디아경제발전당 (기호14번), 캄보디아청년당 (기호 15번), 불교법치당(16당), 크메르의지당(17번), 캄보디아원주민주당(기호 18번), 캄보디아단일당(기호19번)이 있다. 이들 군소정당들이 과연 두자리수, 아니 한 자리수의 의석이라도 제대로 차지할 수 있을지 기대도 되지 않고 있다.
한편 작년 캄보디아 데일리 폐간에 이어 올해도 세금폭탄을 맞아 문을 닫고, 경영권을 넘겨야 했던 프놈펜 포스트의 경우를 보고 캄보디아의 언론, 정치, 경제가 훈센 총리에게 장악당했다는 것을 세계 언론이 입을 모아 보도했다.
이번 선거는 캄보디아의 정치를 수식하는 단골 표현인 ‘세계 최장집권 독재’가 더 이어질지의 여부가 결정되는 선거는 아니다. 거대야당의 부재로 인해 이미 답은 불보듯 뻔히 나왔기 때문이다. 훈센 총리는 지난해 9월 집권을 10년 더 이어갈 것이라고 공언하며 40년 장기집권 의지를 내비쳤다. 국민당 관계자는 크메르 루즈, 내전을 겪어온 잔혹한 근대사에 ‘평화, 안정’을 구축한 국민당를 지지하라고 호소한다. 국민당은 지지층에게 올해 캄보디아 새해 쫄츠남 연휴에 크메르루즈 해방전선의 폭탄테러를 사전에 차단한 것을 강조하면서 대외적으로 위기감을 조성하며 캄보디아는 ‘아직’ 불안정하며 이를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국민당이라 강조한다.
국제 사회의 최대 선거 관전 포인트는 ‘공정성’
지난 10일 기업지원협의회 무역, 금융, 투자 세미나 1부에서 <7월 총선 전후 정세 분석 및 전망>라는 주제로 발표한 권소현 주캄보디아 대사관 서기관은 이번 선거를 대하는 한국의 입장에 대해서 “캄보디아의 총선이 자유롭고 공장하게 치뤄지길 기대하고 지켜본다”고 밝혔다.
캄보디아와 중국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초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총선에 대한 물자 지원 등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일본도 750만불 상당의 투표함 및 역량강화를 지원하며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위한 기술적인 지원을 실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재한 캄보디아 청년운동단체는 지난 6월 캄보디아의 불공정 선거에 대한 규탄 시위를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었다. NEWS1 보도에 따르면 한 시위 참가자는 ‘민주국가인 일본은 훈센의 집권 연장을 도울 NEC 지원을 당장 중단하고 야당 없는 선거를 묵인하지 말라’는 취지의 항의성명을 일본대사관에 전달했다. 이러한 불공정 선거 시위는 주프랑스 일본 대사관, 일본 도쿄에서 1300명이 모여 집회하는 등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 일본과는 다르게 미국, EU는 지난해 구국당 해산 이후 캄보디아 총선에 대한 지원은 전면적으로 중단한 상태이다.
또한 최근 페이스북에 Clean Finger라는 페이지가 화제가 되었다. 선거 보이콧 운동의 일환으로 투표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들은 일컫어 ‘깨끗한 손’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캄보디아에서는 투표를 한 사람과 안한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 손에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 잉크를 찍는다. Clean Finger라는 것은 투표에 참여하지 말자는 캠페인.) 정부는 이 운동을 규제하며 “선거 참여에 반대하는 운동은 반역행위와도 같다.”고 비난했다. 선거에 참여할 권리와 더불어 선거에 참여하지 않아도 될 권리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제기된다.
선거 기간에 한국인이 주의해야할 사항
캄보디에서는 매 선거 때 마다 금주령이 내린다. 선거 전날과 다음날 발생할 수 있는 소소한 분쟁을 방지하고자 총리가 직접 금주령을 내리는 것이 관례화 되어 있다. 외국인들도 이 금주령에서 예외가 되지 않으니 선거 전날과 당일 만큼은 늦은 외출과 음주를 삼가해야한다. 또한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고향에 내려가 투표를 하기 때문에 정부측에서는 봉제공장을 중심으로 전국의 모든 관공서와 학교 등에 3일간의 유급휴가(28,29,30일)를 제공할 것을 발표했다.
이번 총선의 결과가 캄보디아 내 한국인의 삶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일부 한국인들은 언젠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정권 교체로 더욱 민주적인 캄보디아를 바라기도 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동안 강력한 힘으로 구축한 내부의 정치적 안정 지속되기를 원하기도 한다.
선거 과정만큼은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진행되고 그 결과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교민 여러분들의 생활에 차질이 없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뉴스브리핑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