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모뷰] 느림의 미학, 추억의 시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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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캄보디아를 방문하신 관광객, 혹은 교민들에게 캄보디아의 주요 교통 수단을 여쭤보면 미터 툭툭, 르목, 모또돕을 꼽는다. 그렇다, 요즘 가장 ‘핫’한 교통 수단은 툭툭이다. 그렇다면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그 시절 캄보디아의 가장 ‘핫’한 교통수단 무엇일까?

▲ 2000대 초중반 툭툭이 아직 프놈펜에 상륙하기 전 모토택시와 시클로는 프놈펜 시내 대표적인 교통수단이었다. 자취를 감췄던 시클로가 요근래 왕궁, 강변부근 관광객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은 왕궁 앞 초록 바나나를 가득 싣고 힘겹게 페달을 밟고 있는 시클로 운전사 

시클로를 아시나요?
시클로는 캄보디아인들의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다. 80년대부터 90년대 중후반까지는 프놈펜 시내 곳곳에서 시클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요즘같이 집집마다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있지 않던 그 시절, 모또돕은 위험하고 택시는 꿈도 못 꿀 정도로 비싸고, 툭툭이는 아직 캄보디아에 들어오지 않던 그 시절엔 나들이 가는 가족, 이른 아침 시장에서 장 보고 돌아오는 주부, 학교 가는 어린 형제,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 시장에서 야채나 과일 파는 장사꾼들의 발이 되어 준 시클로가 캄보디아인들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라져가는 시클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동차와 툭툭이가 대량 수입되기 시작하고 시클로들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길거리에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던 시클로들은 툭툭이로 바뀌기 시작하고 손님들 역시 느린 시클로보다는 빠른 툭툭이를 선호했다. 시클로를 타본 적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뼈가 앙상하게 보이는 마른 몸의 5-60대의 시클로 기사가 힘겹게 시클로를 운전하는 모습은 타고 있는 손님에게 죄책감을 들게 한다. 필자도 어릴 적 시클로를 탈 때 몸에 힘을 주고 타는 것과 몸에 힘을 빼고 타는 것 중 어떻게 하는 것이 더 가벼울까 고민했던 추억이 있다.

시클로가 점차 사라져 가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돈이 아닐까 싶다. 손님이 점점 줄어드니 시클로 기사들은 하루에 15000리엘 정도 번다고 한다. 운이 좋은 날은 30000리엘 정도 벌기도 하지만 허탕치는 날도 있다. 그런 날엔 식비, 공중화장실 사용비, 공중목욕탕 사용비를 제외하면 남는 돈이 없다고 한다.

▲ 단체 관광객이 정부에서 지원하는 시클로에 탑승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시클로의 근황
자 그렇다면 이젠 더 이상 시클로를 탈 수 없는 것일까? 아니다, 캄보디아 정부는 최근 캄보디아의 소중한 문화 중 하나인 시클로 보존을 위해 시클로 기사들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고 있다. 천천히 풍경도 보고 시원한 바람도 느낄 수 있는 시클로는 이제 프놈펜 시내에서 보기는 힘들지만 강변, 왕궁 근처에서 탈 수 있다. 가격은 모또돕 가격과 비슷하지만 기사에게 2000리엘에서 4000리엘 정도의 수고비를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예전엔 시클로 한대당 5명도 탔었지만, 이젠 더 이상 여러 명이 한 시클로에 탈 수 없다. 아니, 시클로 기사를 보면 못 탈 것이다. 어린이 동반이 아니라면 1인 1시클로가 적당하다.

날씨 선선한 날 시클로타고 강변 구경 어떤가요?/강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