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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국제학교 교과과정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이택진 교수의 교육이야기
국제학교 교과과정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자녀교육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모두의 큰 관심사입니다. 캄보디아에 살고있는 저희들도, 교육환경이 다소 열악하기에 예외가 아니겠지요. 잠시나마, 자녀를 국제학교에 보내며 안도감을 느낍니다. 치열한 한국의 입시경쟁에서 구해냈고, 적어도 영어는 잘 하겠지 라는 평온함 때문일까요. 하지만, 그 다음을 생각하면 문득 불안함이 찾아옵니다. 누구는 뭘 준비 한다더라, 어디로 진학하려면 이것을 해야 한다더라 등 많은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잊었던, 아니 잊고 싶었던 걱정이 머리를 듭니다.
한국의 교육과정과 입시문화에 익숙한 저희들에게, 국제 교육과정은 불편하기도 하고 막연하기도합니다. 자녀가 지금 그리고 앞으로 이들 과정 학습을 거쳐가야 한다면, 그 과정을 조금 더 이해하면 불안함을 줄이고 알맞게 지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많은 국제학교들이 채택한 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와 IGCSE (International General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 A-Level (Advanced Level) 교육과정을 염두하고, 무엇이 중요한가를 살펴보겠습니다.
공통된 특징으로, 전반적인 학습내용이 중등과정(IB MYP, IGCSE)까지 평이한 듯 하지만 고교과정(IB Diploma, A-Level)로 들어가며 수준이 빠르게 높아집니다. 중등과정 내용을 펼쳐보면, “어? 이걸 아직 배우고 있네. 한국에서는 언제 배우는데”라는 우쭐한 생각도 듭니다. 사전지식을 약간 암기하고 비법같은 공식을 조금만 적용하면, 뛰어난 성적이 쉽게 나옵니다. 하지만, 이것이 함정입니다. 유럽의 커리큘럼은,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정확히 풀어내는 기술보다 근본적인 앎을 중요시하며, 그것을 평가하기 위한 방향으로 분명히 개정되어 왔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자칫 쉬워 보이는 이 중등과정 기간이, 전문화가 이루어지는 고교과정 전에 생각의 방법을 익히기 위한 일종의 넉넉한 유예기간입니다. 이 때 기술만 훈련한 학생들은 고교과정에서 고통을 받습니다. 답을 계산하거나 쓰면 되지, 과정이나 이유를 설명하라고 자꾸만 귀찮게 하기 때문입니다. 수학과목은 100% 서술형이며 정답만 맞는 경우 절반도 안되는 점수를 받습니다. 논리적인 중간과정 서술이 없으면 결과를 알아도 많은 점수를 받지 못합니다. 과학과목은 정답계산보다 하얀 여백에 이유를 서술하라는(state, outline, explain, suggest, …) 문제가 절반 이상입니다.
거꾸로, 원리를 잘 이해하고 있으면 쉽게 써나갈 수 있습니다. 한국 입시문제와 달리, 틀리게 하기 위한 함정을 파놓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안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는 것입니다. “왜?”라는 질문에 대답을 못한다면 무언가 공부의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진단하셔도 좋습니다. 반대로, 답을 늦게 찾더라도 “~이기 때문에”라는 말을 자꾸 한다면 안심하고 북돋으시면 됩니다. 생각하는 힘을 키우면, 진학의 승부처인 고교과정 뿐 아니라 그 이후의 고등교육에서도 중심을 지키고 스스로 해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동안 국제교육과정을 교육해오면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IB Diploma과정을 하면 좋은 대학을 잘 간다더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입니다. 대단히 용감한 생각입니다. “수능을 보면 서울대학교를 잘 갈 수 있다.”와 다르지 않습니다. 무슨 커리큘럼을 공부하든, 선택한 과목들에 원론적인 깊이를 갖추고 최종 점수가 높아야 합니다. IB Diploma 과정은 어렵다더라, 또는 대학입시에 유리하다더라 등 막연한 묘사에 휩쓸리기보다는, 그 커리큘럼이 추구하는 특징과 교육방식을 더 살펴보시기를 권장합니다. 전공분야를 거의 확정하는 영국의 A-Level에 비교하면, 전인교육을 추구하는 성격이 강합니다. 한국의 고교과정과 비교하면, 6과목과 각 난이도를 선택하여 심화가 이루어져 대학전공의 방향을 일찍 결정하게 됩니다. 학교에서의 교육방식도 자율적인 탐구와 방법론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교과과정은 짜임새가 덜합니다. 능동적인 학업 성향을 가진 학생들에게는 날개를 펼치기에 더없이 좋은 과정입니다. 하지만, 탄탄한 교과과정이 맞는 성향의 학생들에게는 2년 내내 안개속을 걷는 기분을 느끼게 하고 성적도 마음같이 나오질 않습니다. 교과내용의 재료가 충분하지 않은데 토론이나 연구를 하라고 하면 뜬구름만 잡게 됩니다. 캄보디아의 경우, 전반적인 교육 시설이나 내용은 다소 부족하지만 교과과정의 선택의 폭은 충분히 갖춰져 있습니다. 고교과정은 2년이지만 대학지원 등으로 어수선한 기간을 빼면 실제 1년반으로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10학년까지는 전공방향과 대학지원 지역을 정하고,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맞는 교과과정을 선택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천 가지 색깔 모두에게 맞는 황금 열쇠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반복적인 문제풀이나 유형연습을 넘어서, 호기심을 자극하며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고 설명하는 연습을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답이 뭐예요?” 또는 “이거 시험에 나와요?”의 학습태도로는 다양한 국제교육과정에서 최상위 점수를 받을 수 없습니다. 또한, 앞으로 대학과 대학원 등 고등교육에서도 스스로 한계에 부딪힐 것입니다. 미래는 더욱 빠르게 변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높은 수준의 문제해결능력을 요구할 것입니다. 현재 교육환경을 탓하기 보다는, 교육을 받는 학생과 조력자들의 패러다임 전환과 실천이 필요합니다./이택진
필진소개:
이택진
·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 영국 런던 Cass Business School 투자금융석사
· 20년간 명문 보딩스쿨과 국제학교 학생들 국제교과과정(IB, A-Level, SAT 등) 수학, 물리 과목 교육. 런던과 서울 도곡동 소재 유학/교육원 (주)유케이스콜라즈 교육원 총괄 역임.
· 현재 프놈펜 소재 에이스타 교육원 대표 및 프놈펜국제예술대학 (PPIIA) 건축학과 교수로 강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