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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과잉
‘투렛증후군’이라는 기묘한 증상이 있다. 1885년 프랑스 신경과 의사 ‘투렛’이 처음 발표하면서 붙여진 명칭이다. 병 대부분이 그렇듯이 신경질환 또한 기능의 결손이 문제인데 반해 투렛증후군은 기능 과잉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기괴한 동작 과잉, 극단적인 생각 과잉 같은 강박행위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반복적으로 눈을 깜박인다거나 코를 킁킁대는 틱 정도의 가벼운 증상도 있지만, 지각, 상상, 환청 등 정신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충동을 제어하지 못해 인격의 분열을 보이는 중증도 있다. 현란한 유머와 변덕, 유별난 행동도 관찰되고 반사적으로 침을 뱉는 행위와 상욕을 입에 달고 다니는 저속한 자동증도 증상 중 하나다.
제멋대로 반복되는 경련뿐만 아니라 긴 주기를 갖는 투렛증후군도 있다. 병적일 정도로 들떠 행복감에 심취하는 조증(躁症 mania)이 여기에 해당한다. 뇌 속의 흥분전달 물질인 도파민 과잉 상태로 기발한 영감이나 민첩한 반사 신경이 배가되어 창작이나 경기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곤 한다.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가 벗겨지는데 900일 정도 걸린다던가, 큐피드 호르몬의 활성화로 열애에 빠진 연인들이 그렇듯이 이 병을 앓는 사람들은 치료를 원하지 않곤 한다. 열병에 걸린 것 같은 에너지를 자기 분야에 유리하게 이용하기도 하고, 고양감에 심취되어 예술가적인 기행을 일삼기도 한다. 모든 작용엔 그만한 반작용이 따르는 법, 조증이 있는 사람은 주기적으로 무기력과 비참함에 휩쓸리는 우울증이 찾아온다. 재능이자 재앙인 셈이다. 투렛증후군은 희소병으로 분류되나 생각보다 흔할 거라는 견해도 있다. 겉보기에 다혈질인데 실은 속 깊은 사람, 속사포 유머를 구사하는데 실은 비관적인 사람, 평생 물어뜯을 듯이 싸우는데 실은 신뢰가 깊은 부부, 누구나 인격의 균열이 있게 마련이지만 대개 아슬아슬하게 다스리거나 넘어가주기 때문이다. <틱 증상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순간은 성교 후에 나른함을 느낄 때나 잠자고 있을 때, 혹은 수영이나 노래처럼 박자가 잘 유지되고 동작에 선율이 실릴 수 있는 일을 할 때였다.> 즉흥연주의 대가였던 한 투렛증후군 환자에 대한 임상경험이다(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중에서).
이처럼 과잉은 잉여로 평정된다. 투렛증후군 환자들을 시도 때도 없이 괴롭히는 맹목적인 충동을 억제하는 데에는 ‘예술’이나 ‘놀이’만 한 치료법이 없다고 한다. 게임, 춤, 그림, 소설, 영화, 연극, 음악…, 하나같이 생존과는 거리가 먼 장르들이다. 그야말로 잡기(雜技)를 통해 강박에서 해방돼 실존의 균형을 찾는, 일테면 쓸모없는 짓의 쓸모라고 할까. 인류가 끊임없이 잉여행위에 열광하는 이유 또한 저마다의 불행한 시간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반작용이 아닐까싶다. 최근 알게 된 컬링경기를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심각한 표정을 한 성인들이 빙상에 대걸레질을 하며 돌덩이 움직임에 쩔쩔매는 모습이라니. 자신의 위치에 대한 걱정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현대인, 주체성 과잉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노세 노세~”만한 정신건강 처방이 있으려나? /나순(건축사, UDD건설 naarc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