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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침묵을 깬 사람들
여자로 살면서 나이 들어 좋은 점도 있다. 아무하고나 포옹을 하건 팔짱을 끼건 오해 안 사는 무성적인 존재가 되어감에 따라 한 인간으로 취급받는 느낌이랄까. 물론 나이 지긋하도록 성적인 소비가 가능한 여성 외에 여타의 여성을 비인격화함으로써 결코 문명화하지 못하는 마초남이야 어디든 있지만. 섹슈얼리티가 유일한 생존수단인 여성에게 허세를 부리며 자발적인 숙주가 못돼 안달하는…
미국에서 연쇄 강간범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출이 심하고 활기찬 여자보다 몸을 많이 감춘 차림의 허약한 여자를 성추행 대상으로 골랐다. 섹시하고 건강한 여자는 반항을 드세게 하고 신고도 적극적으로 할 것 같은 반면, 취약해 보이는 여자는 반항도 신고도 못 할 것 같아서라고 한다. 아동, 장애인, 할머니 피해자 또한 적잖은 까닭이다. 직장 상사들의 성희롱에 시달리던 여성이 갑자기 가세가 호전되면서 고급주택으로 옮겨 회사 집들이를 했는데 그 후로 성추행이 딱 멈췄다는 사례도 있다. 여성 상관을 성폭행한 남자, 부유층 여성을 강간한 남자에 대한 사건은 세계 어디서나 희귀하다. 성범죄자가 몸이 부실하고 가난한 여자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가지는 이유는 그들이 약하기 때문이다.
유능하고 매력적인 여자라고 공격대상에서 제외될 리가 없다. 전직 대통령과 상·하원의원, 장차관, 영화제작자, 배우, 언론인, 교수, 예술·체육인 등 사회적 영향력이 막강한 남성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여성을 착취하는 구조는 공공연한 비밀에 속한다. 귀네스 팰트로, 앤젤리나 졸리, 레아 세이두처럼 영화계 금수저들까지 자신의 경력을 볼모로 할리우드 ‘미다스의 손’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사건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인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나도 그렇다’는 뜻의 ‘Me Too’에 해시태그를 달아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를 고백함으로써 수백만 건에 달하는 성폭력 피해 고발을 끌어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전 세계적으로 성 피해 경험을 폭로한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침묵을 깬 사람들’로 명명해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어렵사리 오랜 침묵을 깬 미투 운동이 확산될 수 있었던 건 제도적 장치 때문이 아니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덕이다.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이 특권층의 전유물이던 시절은 이미 지난 것이다. 그럼에도 세상사란 그리 간단치 않다. 남녀문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혜로운 여인이 다리를 발견했을 때쯤 정신 나간 여인은 이미 강 건너에 있었다.” 터키 속담이다. 아직도 후환이 두려워 밝히지 못하는 무명의 침묵자가 많을 테고, 남성의 성적 욕망을 역이용해 지위 상승의 사다리를 탔던 ‘정신 나간 여인’ 코스프레의 침묵자도 적지 않을 테다. 탈탈 털리고 속앓이 하는 남성 침묵자라고 왜 없겠는가.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바라는 ‘지혜로운 여인’이 먼저 다리를 건널 수 있는 성 평등 문화와 사회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는 한, 은밀한 범죄는 근절될 리 없다./나순(건축사, UDD건설 naarc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