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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닭의 권리
미국의 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와 그의 아내가 양계장을 방문했다. 쿨리지 부인이 한창 짝짓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닭들을 보고 “저 수컷은 하루에 얼마나 짝짓기를 하느냐?”고 물었다. 안내인이 “하루 열두 번도 더 넘죠”라고 대답하자, 이 얘기를 남편에게 꼭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전해들은 대통령이 “그 수탉이 매일 똑같은 암컷과 성관계를 하느냐?”고 되물었다. “아니요, 매번 다른 암컷과 하죠” 안내인의 답변에, 이 사실을 아내에게 꼭 설명하라고 했다나. 미국 생물학자 프랭크 비치는 이 농담을 인용해 처음으로 ‘쿨리지 효과’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파트너를 바꾸었을 때 성(性)적 욕망이 증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바람둥이들이 고무될 만한 얘기지만, 실제 수탉의 처지는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수탉 한 마리가 암탉 20 마리까지 거느리는 건 맞지만 산란계(産卵鷄)로도 육계(肉鷄)로도 부적당해 씨번식용 극소수를 제외하고 병아리 때 살처분 당한다. 암탉이라고 사정이 나을 것도 없다. 씨암탉의 천적은 ‘사위’이듯 삼계탕을 즐기는 한국에서는 한 달 산 영계로 유생(酉生)을 마친다. 야생 닭은 20년 이상 산다는데. 어릴 적엔 수탉의 ‘꼬끼오’ 소리와 함께 하루를 열고 달구새끼랑 마당을 나눠 쓰곤 했다. 새로 낳은 따듯한 날달걀은 늘 아버지 차지였고 특별한 날에나 닭을 잡았다. 똥집이며 내장, 닭벼슬까지 요리해 먹었는데 우리고장에선 다진 닭발을 참기름에 무쳐 회로 먹기도 했다. 전후 미국에서 개발된 공장형 양계방식이 세계로 확산된 덕에 닭은 더 이상 특식이 아닌 지구촌 대표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매해 500억 마리 닭이 세계인의 식탁에 오른다. 문제는 끔찍한 사육 환경이 빚은 대재앙이다. 연례행사처럼 바이러스가 창궐함은 물론 조류독감이 종간의 장벽을 뛰어 넘어 인류를 무차별 공격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는 것이다.
‘동물권’이 사회적 의제가 되고 있다. 인간우선주의, 종평등주의, 동물해방주의 간 논쟁의 역사는 사뭇 오래됐다. 우연한 기회에 프놈펜 근교의 친환경 양계농장에 다녀왔다. A4 반 사이즈의 케이지에 가둬 항생제를 주입해서 기계적으로 뽑아내는 공장과 달리 햇볕과 바람, 풀밭, 횃대 사이를 활보하는 자연 방사 농원이었다. 캄보디아 열대기후를 견딜 냉방설비가 남아있는 과제라는 농장주 얘기를 들으며 닭의 복지에 공을 들인 시설을 돌아보노라니 시장기가 느껴졌다. 일용할 양식을 필요로 하는 우리네 인간복지도 챙겨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인류 역시 먹이사슬의 자연섭리를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일 따름이다. 그들 중 몇몇을 희생 제물로 요리된 백숙, 위장을 대접받는 자리란 얼마나 화기애애한가. 이런저런 ‘주의’를 자처할 정도로 순수한 사람이 못돼서 그런지, 이렇듯 동물의 웰빙이 인간의 웰빙으로 연결되는 지점에 동물권의 핵심이 있지 않나 싶다. 서민의 필수 단백질공급원인 동물부터 권리를 강화해 최소한 식탁에 오르기 전까지나마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해주는 일, 요컨대 ‘가축권’부터 챙기는 게 합리적일 듯싶다. 쥐나 모기, 바퀴벌레의 권리 따윈 신의 영역이고. /나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