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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전문가
와이드 스크린도 있고, 에어컨도 있고, 침대까지 배달되는 음식도 있고, 성희롱을 해도 고발은커녕 못내 아쉬워하는 상대까지 있는데, 그곳에 나만 없다. 그곳은 다름 아닌 자신의 집이다. 평생 바라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도 그 집에 내가 없기 일쑤다. 혹자는 일에 치어 시간이 없어서, 혹자는 역시 공짜란 그렇지 뭐 마음이 없어서. 요즘은 독신가구가 증가해 짝 대신 고양이가 지키는 집이 많다. 싱글족이 느는 원인 중 연애의지 상실이 한몫하지 않을까싶다. 한 세대 전만해도 연인의 집 앞에서 종일 죽치는 건 예사요 연서를 돌에 말아 창문을 향해 던지는 일 또한 드물지 않았다. 현행법에 의하면 스토킹으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나와 사귀기를 원하는가?, 이쯤에서 손목은 잡을 수 있나?, 언제나 입맞춤이 가능할까?, 누군가 중재해주지 않는 한 자칫 합법적인 연애범주를 벗어나기 십상이다. 안전하게 연애를 하거나 바람을 피우려 해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초혼, 재혼, 국제결혼 등, 결혼 전문가의 등장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대행업이나 컨설팅이 흔하디흔한 비즈니스가 된 건 그만큼 세상이 복잡해졌다는 증거이리라. 전문가의 조력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현대의 독신생활이 건축의 발전 때문에 가능해졌다는 사실은 종종 간과된다. 마천루의 수많은 창 중 하나의 유니트 안에서 뉴스를 보고, 인터넷을 하고, 먹고, 배설하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물이 지어진 후에야 구매하거나 임대하기 때문에 건축사의 역할에 대해 잘 모르지만, 건축물의 설계는 건축사 고유 영역이다. 나라마다 운영을 달리하지만 국가 전문자격시스템은 비슷하다.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를 좋아해 선천적으로 전문가 타입이 아니지만, 건축문외한은 알아볼 수 있다. 다짜고짜 기둥을 키워라, 철근을 더 넣으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전문가란 계산과 통계를 근거로 적정한 규모를 산출해냄으로써 비용과 시간을 절감해주는 사람이다. 같은 두께의 철선이라도 여러 가닥으로 나누어 꼬면 인장력이 놀랍도록 증가한다는 논리를 증명하는 데 수십 년씩 투자하는 것이다.
전통적 의미의 전문가들이 체제 부역자로 전락하곤 한다. 평화의 댐이나 사대강 사업을 지지해 혈세를 특권층에 몰아주는 역할 따위를 해대는 걸 보면. 나이 탓인지 해외생활 탓인지, 언제부턴가 주변의 보통사람이 더 전문적으로 느껴진다. 언어와 풍토의 장벽을 넘어 자리를 잡은 분들 얘기엔 유일무이한 삶의 비경이 녹아있다. “전문가란 협소한 분야에서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실수를 빼놓지 않고 저질러 본 사람이다.”는 닐스 보어의 말처럼 산전수전 겪은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정보다. 특별한 행운아가 아니고는 비전문가로 남아있도록 내버려둘 정도로 녹록치 않은 게 또한 세상살이다. 그러니까 살아남은 기성세대 대부분이 ‘생존전문가인’ 셈이다. 서로 촘촘히 얽혀 돌아가는 서바이벌의 세계, 도시를 이루는 창문 하나하나의 불빛에 가끔 가슴 뭉클해지는 까닭이다. /나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