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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한국 라면의 인기
프놈펜에 라면 체인점이 생겼다. 작년에 한두 곳이 눈에 띄었었는데 요즈음엔 여기저기에 새로운 체인점이 문을 열고 손님을 맞고 있다. 현재 프놈펜 시내에 20여 개는 되는 것 같다. 영문과 캄보디아어 문자로 ‘서울 라면’이라는 간판을 내 건 것부터 특이한데, 이름에 걸맞게 한국 라면이 이 체인점의 주요 메뉴다.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이 되면 라면집 앞은 손님들이 타고 온 오토바이로 빼곡하다. 자동차를 타고 오는 손님들도 더러 있다. 이 식당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살펴보니 학생이나 젊은 층 손님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밥과 마찬가지로 면류를 주식으로 즐겨 먹는다. 그렇지만 한국 라면은 이들이 먹는 면류와 맛이 다르고 값도 비싼 편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한국 라면 체인점에 사람들이 몰려들까?
호기심이 생겨서 서울 라면 체인점 한 곳에 들어가서 분위기를 살피고 음식을 시켜 보았다. 인테리어에 돈을 많이 들인 것 같진 않지만 깔끔한 실내에 나무 재질을 그대로 살린 탁자와 긴 의자를 배치해서 가볍게 들를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식당 전면이나 측면에 오토바이와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었다. 라면을 시키려니까 종업원이 물었다. 매운 맛의 정도를 어느 것으로 할지, 라면에 해물이나 육류는 어떤 것을 얼마나 넣을지, 다른 메뉴나 음료가 더 필요한지 하나하나 확인한 후 주문을 받았다. 라면 이외에 한국식 김밥과 일본식 튀김 등 퓨전 음식, 그리고 몇 가지 음료가 메뉴판에 올라 있었다.
라면에 곁들여 넣는 해산물이나 육류의 종류에 따라 라면 값이 달라지고 매운 맛의 정도를 자신의 취향에 따라 골라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 특이했다. 보통 매운 맛부터 매우 매운 맛까지 취향에 따라 단계별로 주문할 수 있다고 했다. 라면 한 그릇 가격이 2.5달러에서 5달러, 캄보디아 사람들의 수준에 비춰볼 때 한 끼 식사비용으로는 부담이 갈 만도 했다. 그런데도 이 체인점에 손님이 꽤 몰리는 걸 보면 이 라면 속에 그들의 입맛을 끌어당기는 어떤 매력이 숨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문한 라면이 나왔다. 한국에서 흔히 보던 커다란 뚝배기에 뜨거운 라면이 담겨 있었다. 국물을 한 숟갈 떠먹어 보니 우리가 흔히 끓여 먹던 한국 라면과는 맛이 판이하게 달랐다. 한국 라면의 스프로 끓인 것이 아니라 별도로 만든 국물에 면을 넣어 끓인 라면이었다. 새콤하면서 단맛이 나는 국물에 새우 몇 마리와 김치, 야채 등이 면과 같이 들어 있었다. 전통적인 한국 라면에 길들여진 우리 입맛에는 좀 색다른 느낌이 들었지만 깔끔한 국물 맛과 한국 라면의 쫄깃함이 입맛을 끌었다. 한국의 라면을 사용하면서 국물 맛을 현지화 하여 캄보디아 사람들의 취향과 입맛에 맞춘 퓨전 라면이었다.
캄보디아의 중대형 마트에 가면 한국 라면이 없는 곳이 없다. 예전에는 주로 태국에서 들어오는 라면이 많이 팔렸지만 한국 라면이 점차 그 자리를 공략해 나가고 있다. 한국의 주요 라면 브랜드가 다 들어와 있다. 한국에서 바로 들어오는 것도 있고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한국 라면도 있다. 요즘에는 한 달에 라면만 몇 컨테이너씩 들어와 프놈펜뿐만 아니라 지방에까지 소비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추세다.
이런 변화를 잘 읽어서 한국 라면 체인점을 생각해 낸 캄보디아 사람의 지혜가 돋보인다. 몇 년 전 박카스가 이 나라의 음료 시장을 평정하고 캄보디아 국민 음료 반열에 등극했듯이 한국 라면이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