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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이것만 먹으면…
혈기왕성하고 의욕이 넘치는 45세 사업가가 있다. 몇 차례 어깨 결림을 겪은 후 병원을 찾는다. 류머티즘일거라는 자가진단을 이미 내리고 별것도 아닌 증세로 의사 선생에게 수고를 끼치게 됐노라며 호방하게 인사를 건넨다. 그러나 정밀 검사 결과 류머티즘이 아니라 협심증임이 판명 난다. 의사가 진단 결과를 알려주자 남자의 태도가 돌변한다. 몸 상태는 예전과 달라진 게 없는데 방금 전의 당당함과 역동성을 잃고만 것이다. 두 주 뒤 병원을 다시 찾았을 때는 폭삭 늙어 있다. 자신감을 완전히 잃고 생기 넘치던 옛 모습은 찾을 수 없다. 담배를 끊고 매사 절제하는 가운데 더할 수 없이 울적해한다.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를 숨 쉬기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오로지 심장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혀 지낸다.
독일의 의사이자 현상학자인 ‘헤르베르트 플뤼게’가 자신의 책에 소개한 실제 임상경험이다. 그 중년 남자가 병원을 찾지 않은 채 끝내 가벼운 류머티즘정도로 알고 살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의학 문외한으로 무책임한 얘기일 수 있지만 최소한 어떤 시점까진 즐겁고 활기찬 생활을 이어가지 않았을까. 류머티즘이든 협심증이든 몸에서 느껴지는 증상은 변함없건만, 인간은 일단 무언가를 마음속으로 받아들이면 그것의 포로가 돼버리기 십상이다. 헤르베르트 플뤼게는 “막연한 두려움, 궁극적인 두려움을 결국 죽음이라고 부른다.”고 썼다. 우리 몸을 극진하게 돌봄으로써 우리를 죽음으로부터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자칫 남은 인생 내내 피할 수 없는 것을 피해보려고 어처구니없는 헛수고로 소진하게 된다는 것이다.
건강과 상관없이 ‘나이’ 자체에 대한 인식 또한 마찬가지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각 나이 대에 대한 인습에 맞춰 스스로를 제약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찾기 힘든 한국인 특유의 정서다. 건강 염려증과 나이 값에 대한 강박증은 이제 막 노화를 실감하게 된 장년층에 더 흔한 듯하다. 예전에는 산전수전 다 겪고 초연해진 사람이 좋았는데 요즘은 세파에 덜 시달려 철부지 같은 구석이 남아있는 사람에게 더 끌린다. 초연함의 차원을 넘어선 천진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지만.
이것을 먹으면 죽을 듯한 기분도 가시고 미움이 사랑으로 변하기도 하며 못하던 일까지 하게 된다. ‘이것’이란 다름 아닌 ‘마음’이다. 어렵게들 설명하지만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명제야말로 철학의 본질일 테다. 평균수명이 길어진 현실을 반영한 UN의 새로운 생애주기별 연령지표에 따르면, 18세에서 65세까지 청년, 66세에서 79세까지는 중년이다. 나이에 대해 새로운 마음을 먹어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나와 우리 아이들이 물경 같은 청년세대인 셈이다(애들아 말 터라!). ‘노화’가 자연스러운 사망 원인이 된 건 최근의 일이라고 한다. 백여 년 전만해도 평균수명이 40, 50대에 그쳤다. 수명이 늘었으니 철드는 나이 또한 그만큼 늘어지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 자연사라도 아프다 죽기 십상인데 어떻게 될 때까지는 끌리는 일하며 천진하게 사는 것도 좋을 듯싶다. /나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