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달라지는 식당 환경

기사입력 : 2017년 05월 26일

외국에 나가면 가능하면 그 나라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골목이나 길가, 시장 등 아무데서나 그 나라의 음식을 찾아 맛을 보는 것도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 캄보디아에 와서도 처음에는 이 나라 음식을 많이 먹어 보려고 애를 썼다. 그래서 밖에 나가서 식사를 해야 할 때에는 우선 캄보디아식 음식점을 찾곤 했는데 번화가나 대로변에서 캄보디아 식당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한번은 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부터 모니봉 거리까지 가면서 마오쩌둥길 양쪽을 다 뒤졌지만 결국은 못 찾고 중국 식당에 가서 끼니를 해결한 적도 있다.

숫자로 치자면 프놈펜에서 제일 많은 것이 캄보디아 음식을 파는 식당일 것이다. 웬만한 주택가 골목이나 시장 근처에 캄보디아식 식당은 무수히 많으니까. 캄보디아 식당은 대부분 규모가 작고 초라하다. 처음에는 그런 식당에 가서 국수나 밥, 고기로 만든 음식 등 이것저것을 자주 사 먹었다. 특히 나는 캄보디아 국수와 돼지고기 요리를 좋아한다. 독특한 향이 있는 이 나라 음식에도 점점 익숙해져서 요즘에는 그런 음식을 집에서도 해 먹을 정도까지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캄보디아 식당에 들어가기가 싫어졌다. 입맛이나 취향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식당의 청결 상태를 확인하면서부터.

대부분의 캄보디아 식당들은 문을 활짝 열어 놓거나 아예 밖에 식탁을 펼쳐 놓고 장사를 한다. 그러다 보니 바로 옆으로 분주히 오가는 모또나 자동차가 일으키는 먼지 속에서 식사를 해야 한다. 한창 식사를 할 때 바닥을 내려다보면 쓰레기 투성이다. 흙 먼지나 휴지 조각, 담배꽁초, 음식 부스러기 등이 바닥에 즐비하다. 전기세가 비싸기 때문에 냉장고 같은 것을 쓰는 식당도 드물다. 음식 재료들이 대부분 밖에 진열되어 있고 먼지가 앉은 재료들이 그대로 음식으로 조리되기도 한다. 일하는 사람들이 이것저것 만지던 손을 씻지도 않고 음식이나 그릇을 만지는 것은 다반사, 그런 것을 보면 먹기도 전에 입맛이 떨어지기 일쑤다.

그러나, 청결 상태에 신경을 쓰지 않는 식당 종사자들이나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는 캄보디아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너무 과민반응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위생 관념이 너무 희박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아침마다 대문 밖을 깨끗이 쓸지만 그 다음 날 아침이면 쓰레기 천지로 변한다. 지나가던 사람이 버리고 간 것이다. 그런 의식이 개개인을 지배하고 있는 한, 그들이 사는 집이건 그들이 이용하는 식당이건 거리건 깨끗해질 수가 없을 것이다.

4년 전에 썼던 글을 옮겨 보았다. 요즘 캄보디아에 처음 온 분이라면 위의 글 내용이 잘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는 곳마다 깨끗하고 화려한 식당들이 쉽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골목 식당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중대형 식당이 많이 생겼다. 이런 식당들은 산뜻한 인테리어와 쾌적한 실내 공간, 깨끗한 시설을 바탕으로 고객의 폭을 늘려가고 있다. 이를 선도하는 곳은 카페다. 커피나 음료와 함께 다양한 식사 메뉴를 제공하는 일부 카페는 조리 과정을 손님이 바로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종업원들의 옷매무새와 자태가 훨씬 깔끔해졌고, 무엇보다도 화장실이 깨끗해졌다.

동남아 국가의 여러 도시에 비해서 낙후되어 있던 프놈펜이 요 몇 년 사이에 크게 탈바꿈했다. 건물이나 도로가 새로 생기거나 정비된 것과 함께 마음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청결한 식당이 많이 생긴 것이 큰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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