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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뇌물
물정 모르는 초짜 공무원이 “본인확인”에 대한 업무상식 하나를 주위에서 얻어 듣고 할아버지의 사망신고를 하러 온 민원인에게 “본인 맞아요?” 했다는 오래 된 유머가 있다. 관공서만 들어가면 주눅이 드는 어수룩한 민원인 또한 “본인이 와야 되나요?”라며 울상을 지었다는 대목이 더 가관이다.
이 사오정 시리즈 같은 농담이 캄보디아 공직사회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가는데 비해,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자신의 업무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공무원이 수두룩하다. 시민권리 의식이 부족한 일반인들 또한 관공서는 멀리하는 게 상수라고 생각한다. 선진국의 원조로 사무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고도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한두 명에 불과해 대부분은 들러리일 뿐이다. 게다가 관공서가 대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기보다 국민 위에 군림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요소요소에 손을 써놓지 않으면 어느 세월에 일이 성사될지 기대하기 힘들다. 한 젊은 외국인이 산더미 같은 서류를 안고 정부 기관으로 들어갔다가, 수염이 덥수룩한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어 나오는 어느 신문의 만평이야말로 후진국의 느리고 부패한 행정절차를 잘 꼬집어주고 있다.
캄보디아부패방지기구(ACU)의 대표는 민영기업에 대해 자유공정 거래를 해치는 비공식적인 관행, 즉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행위를 감찰 없이 자발적으로 척결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캄보디아 고용자비즈니스협의회연맹(CAMFEBA) 측에서는 캄보디아 부패방지기구(ACU)만이 정부 부처를 단속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기관이라며 각 부처의 부패를 엄단해 줄 것을 촉구했다. 기업은 공무원을 유혹하고 공무원은 그 유혹에 부응하여 서로 이익을 챙겼으련만, 공식적인 입장에서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느라 바쁘다. 뇌물은 간통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 탈선행위라는 점,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점, 은밀하게 이루어진다는 점, 발각 되면 상대방을 탓한다는 점, 한 번 맛들이면 끊기 힘들다는 점…
뇌물의 역사는 기원전 15세기 고대 이집트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벌써 사회의 골칫거리였는데, 당시 이집트 왕조는 뇌물을 “공정한 재판을 왜곡하는 선물”로 정의했다.(뇌물의 역사, 존 누난) 뇌물이 만연하면 법치가 마비된다는 의미이리라. 부정부패의 가장 큰 폐단은 공정한 경쟁 시스템의 와해를 불러 사회정의가 사라지고 부패가 모든 구성원에게 파급된다는 것이다.
캄보디아 부패의 그늘은 짙다. 힘 있는 자들의 불공정 거래 횡행 여파로 이미 사회전체가 급행료나 커미션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민원 창구의 언더테이블 머니가 공식화되었을 정도다. 기득권 세력의 부패 고리가 쉽게 사리질 리 만무한 것이다. 민 · 관이 힘을 합쳐 서민 등골 휘게 하는 가렴주구 척결로부터 시작하여 긴 시간을 두고 공을 들여야 할 듯하다. / 나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