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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金邊夜雨(금변야우)
金邊夜雨 . 프놈펜에 밤비가 내립니다. 비가 내려도 너무 내립니다. 마치 하늘구멍이 뚫린 듯 쏟아지는 빗줄기가 무섭기 까지 합니다. 프놈펜은 중국어로는 金邊(금변) 이라고 합니다. 중국사람들은 어디를 가든 자기네 식으로 생각하고 이름을 짓습니다. 아마 금빛나는 건물에 높이 솟은 첨탑 같은 금빛나는 탑을 보고 금변이라고 이름 지었는지 모릅니다. (정말 근거없는 추측입니다) 그리고 우리식으로는 관동팔경하듯이 프놈펜의 멋진 경치를 금변육경으로 정하고 시도 외우고 합니다. (물론 캄보디아 사람은 모르는 것이죠.)
밤비가 참 고맙게 내립니다. 야우라고 하기보다는 매우라고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정말 퍼붓듯이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저의 기도를 들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제가 이 나라 농부들 농사지을 수 있게 비 내려달라고 날마다 졸랐습니다. 천지가 고요한데 하늘이 뚫린 듯 비가 쏫아지고 그리고 번개가 난무하고 천둥이 귓전을 치는 것이 이제 안심이 됩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캄보디아 사람 다 되었습니다.
캄보디아는 메콩강이 범람해야 좋은 나라입니다. 메콩강이 범람해야 벼가 쑥쑥 크고 강물을 따라 먼 티벳에서부터 따라왔던 물고기들이 논으로 지류로 들어와 새끼를 낳고, 또 농부들이 잡아먹고… 그리고 천연비료에 가까운 부유물질이 땅을 기름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비가 적게 오면 농사가 망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난한 농부들 삶, 어부들 삶이 더 주름이 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프놈펜을 마치 부숴 버릴듯이 퍼 붓는 빗소리는 마음의 풍요를 주는 소리이지요. 그것이 金邊夜雨. 금변야우입니다.
올해는 참 비가 많이 옵니다. 지금 건기에 들어갔으니까 지금 물을 많이 저장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야 다가오는 건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거지요. 사실 나는 한국에서 무슨 일이 터져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만, 어린 시절 잠시 농촌에서 자란 탓에 물이 없어 농사를 짓지 못하는 농부의 마음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물이 없어 농사를 짓지 못해 먹고 살려고 도시로 몰려들어 구걸을 하는 아녀자, 아이들을 보면 참 안쓰러워지는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비를 기다린 것이고, 이제 비가 많이 오니 구걸하던 아버지도 아낙들도 아이들도 다시 농사짓고 물고기 잡아먹고 살려고 내려가겠지요.
아! 한가지 더 감사한 일. 감사하게도 며느리가 딸을 순산했습니다. 제눈에는 예쁘기가 이를 데 없는 미녀입니다. 그러고 보니 손녀가 3명이나 되었군요. 진주처럼 영롱하라고’진주’라고 이름 지었답니다. 캄보디아에 온 지 12년째. 이곳에서 큰 탈 없이 정착한 것만도 감사한 일인데, 이렇게 커다란 복을 주시니…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맘이 듭니다 /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