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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플랫하우스 이야기
캄보디아의 전통적인 주택은 가는 통나무로 골격을 만들고 거기에 갈대나 야자 잎사귀, 짚풀 같은 것으로 지붕과 벽을 만드는 형태다. 지면에서 1~2미터 올려서 방을 만드는 방식이라 한국의 원두막과 비슷하다. 낡은 집들은 비가 오면 빗물이 들이치고 지붕에서 물이 새기도 하지만 뜨거운 햇볕을 막고 우기에 빗물을 피해서 살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좀 여유가 있는 집은 목재나 시멘트 기둥으로 골격을 잡고 판자로 벽이나 바닥을 만든 후 지붕에 기와나 함석을 덮어 주택을 마감한다. 국도변이나 지방 도시에 이런 형태의 주택이 많다. 이에 반해 프놈펜의 주택 형태는 지방과 크게 다르다.
프놈펜 시내에는 여러 형태의 주택이 있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택은 뭐니 뭐니 해도 플랫하우스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플랫하우스 단지가 프놈펜 시내 곳곳에 속속 들어섰다. 프놈펜 시가지 서쪽 지역인 프놈펜 신시가지에는 크고 작은 플랫하우스 단지가 수십 개 생겼다. 사이사이에 소규모로 들어선 플랫하우스가 있기도 하지만 몇 백 세대짜리 대단위 플랫하우스 단지가 곳곳에 자리잡았다. 새로 조상되는 단지는 도로와 조경이 잘 되어 있고 주위에 상가와 편의 시설 등이 갖추어져 있어서 쾌적하고 편리한 주거 생활을 할 수 있다.
플랫하우스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4~5미터 폭과 15~20미터 길이의 바닥에 위로 2~3층으로 올리는데, 여러 세대가 이웃끼리 벽체를 공유하여 옆으로 쭉 이어서 지어진다. 아파트가 위 아래로 세대가 구분된 형태라면 플랫하우스는 옆으로 세대가 구분된다. 플랫하우스의 실내 구성은 거의 비슷하다. 1층 실내 전면에는 현관 겸 거실이 있고, 그 뒤로 주방이 배치되어 있다. 현관 겸 거실 앞쪽은 1~2층이 트인 형태로 높이가 보통 4~5미터 정도 된다. 2층에는 보통 방이 두 개, 3층에는 2~3개의 방이 있는데, 방마다 화장실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다. 옥상에는 대개 지붕을 올려서 햇볕을 차단하도록 되어 있는데, 여기에 방을 한두 개 더 들인 플랫하우스도 있다. 최근에 빌라나 아파트에 비해 유독 플랫하우스가 많이 진어진다는 것은 그 만큼 수요가 있고 캄보디아 사람들이 플랫하우스를 선호한다는 뜻이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외국인들에겐 플랫하우스가 처음에는 좀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폭이 4~5미터에 앞뒤로 20여 미터로 된 긴 구조에다가 각 세대가 옆으로 쭉 붙어 있어서 전면과 후면 이외엔 창문 등 열린 공간이 거의 없는 구조라 답답하게 느껴지고 방들이 위아래 층으로 배치되어 있어서 가족생활이 좀 불편해서 그렇다. 그렇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은 플랫하우스를 선호한다. 핵가족보다는 대가족 제도로 사는 세대가 많고 여러 명이 한 집에 거주하기 때문에 위아래 층으로 구분되고 따로 따로 방을 쓸 수 있는 구조가 가족 구성원들이 생활하는 데 잘 맞아서 그럴 것이다.
몇 달 전, 나하고 8년 동안 일하고 있는 매니저가 플랫하우스를 한 채 샀다. 가격이 6만 5천 달러로 비교적 저렴한 집이다. 요즘 지어진 플랫하우스 한 채가 보통 10만 달러가 넘는데 왜 이렇게 싸냐고 물어봤더니 1,2층만 완공되어 있고(거실 겸 주방 하나에 방 2개짜리) 3층 이상은 앞으로 더 올리도록 돼 있어서 그렇단다. 또, 주택가 안쪽에 있는 20여 세대의 작은 단지라 가격이 저렴하다고 했다. 월급쟁이라면 평생 버는 돈을 다른 데 쓰지 않고 다 쏟아 부어도 프놈펜에서 플랫하우스 한 채 장만하기 어려운데 큰 결단을 내린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앞으로 10여 년간 남편 월급과 본인 월급을 은행 대출금으로 거의 넣어야 한다니 무척 쪼들리며 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