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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호승
‘울지 말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이 한 줄의 시를 읽고 나는 오랫동안 울었던 기억이 있다. 술에 취하고, 여관에 들어가 쉴 돈도 없고…갈 곳이 없어 3류 극장 의자에 앉아 소주를 찔끔 찔끔 빨며 나는 울었다. 마치 “울어라 너 지금 외롭잖아?’ 하는 것 같아 가슴을 부여잡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아내에게 미안해서, 아이들에게 미안해서…누가 이런 기억 조차 없는 사람 있을까?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린다는데, 하물며 사람인 내가 우는게 뭐가 대수랴? 그렇게 몰리고 몰려 인생의 벽에 섰을 때, 나는 눈물의 여왕이 되어 울고 또 울곤 했다. 그리곤 다시 터덜터덜 걸어 포장마차 아줌마가 가재미 눈을 할 때까지 혼자 마시고 또 마셨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오직 그것 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게 인생은 외롭게, 외롭게 하얀 밤을 지새며 흘러 갔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퍼진다’ 정말 그렇다. 그 때는 비가 추적추적 내렸었다. 비탈길을 걸어 올라가는 취한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겁기만 했다. 이미 새벽이고 세상은 오직 암흑. 멀리 십자가 불빛만 나를 부르는 것 같다. 마치 병 들어 지친 나를 위해, 온 밤을 밝혀 나를 부르는 것만 같았다. 불빛만이 내 친구가 되어 나를 위로해주는 밤. 불빛도 외로워서 퍼지는 걸까? 그래, 불빛도 세상이 슬프고 외로워서 같이 동무하자고 말을 걸어주는 걸꺼야. 같이 울자고…
며칠 전 고현정이 진행하는 ‘고쇼’라는 프로그램에서 어떤 탤런트가 이 시를 외우는 것을 보고 나는 피식 웃었다. ‘아! 너도 엄청 아팠었구나?’ ‘ 너도 많이 힘들고 어려웠었구나?’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시는 세상. 하나님도 분노하시며 눈물을 흘리는 세상. 아픈 마음이 넘쳐나, 그 아픔이 눈물이 되어 흐르는 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다./ 정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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