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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또 한번의‘실망연습’
2011년의 해가 저문다. 실망의 해가 진다. 올해는 유난히도 무더웠다. 유난히도 추웠다. 답답한 가슴으로 또 한 해를 보낸다. 아무리 되짚어봐도 환하게 웃었던 날이, 밝게 웃겼던 일이 있었던가 싶게 씁쓸히 한 해를 마감한다. 연초에 당차게 설계했던 희망이 무너지고 올해는 좀 사는 형편이 나아지리라는 기대가 깨지는 아픔을 끝내 추스리지 못한채, 삶의 무게에 짓눌려 축 늘어진 어깨를 펴보지 못하고 아쉬움으로 점철된 마지막 달력을 접는다. 역시 올해도 ‘실망연습’을 한 해가 되고 말았다.
실망의 주인은 먼저 경제실패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MB정부가 호기롭게 추진했던 성장위주 정책과 성장정책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선택한 안정정책도 실패로 끝나가고 있다. 저성장 고물가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장기불황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거시 미시 할 것 없이 경제흐름을 알리는 지표마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투자와 소비심리는 이미 혹한기에 접어든 느낌이다. 국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져 가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우리 경제에 대한 경고이자 글로벌 화두는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발 월가 점령시위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유럽 재정위기는 1년 내내 한국경제를 불안 속으로 몰아넣었다. 우리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날로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그 충격파가 금융위기 못지않은 파괴력을 갖고 있는 탓이다. 더욱 걱정스럽고 분명한 것은 세계경제에 대재앙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유로존의 붕괴까지 거론되는 것은 위기의 진정이 아니라 위기의 확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비책은 ‘예의 주시’가 고작이다.
자영업의 붕괴는 실업자를 양산하고 서민층을 빈곤층으로 내몰게 된다. 고용없는 성장 시대에 더하여 베이비 부머의 대거 은퇴로 자영업의 경쟁이 심화된 데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7만7000여명의 자영업자가 시장을 떠났다. 자영업이 무너지면 고용시장 기반이 무너지고 경제 사회기초가 흔들리게 된다. 그 증세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잃어버린 1년’의 끝자락에서 생활에 찌든 국민들은 기도한다. 20대는 “백수를 면하여 기를 펴고 결혼할 수 있게 해주소서.” 30대는 “아이를 많이 낳을 테니 걱정 없이 잘 기르게 해주소서.” 40대는 “실업공포와 빚더미에서 탈출하게 해주소서.” 그리고 50대는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준비하게 해 주소서.” 이런 절박한 기도에 정부는 답해야 한다./김진동 의 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