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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무릎 꿇고 새해를 맞이합니다
말을 꼭 하되 안 해도 될 말을 가려 침묵하려 한다. 그것이 내가 지금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마음의 준비다.
지난해는 강의가 많았다. 정년퇴직을 하고 불어난 다양한 강의들과 모교 강의까지 입이 쉴 날이 많지 않았다. 때로는 숨고 싶을 때도 있었다. 강의를 끝내고 나오면서 마음이 허탈하고 왈칵 외로움이 밀리고 쓰라려 대낮에도 술 한 모금이 그리울 때도 있었다. 내가 관객들의 열광하는 박수 소리에 함몰돼 과장법과 연기로 남에게 헛된 유혹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의심되고 관객들의 눈물에 오히려 내가 유혹되어 슬픔을 키우고 있는 감상주의 유발자는 아닌지 나를 반성하게 되고 박수 소리를 들으며 무대를 내려오면 왠지 온 몸이 가려울 때도 많았다.
온 몸으로 강의하고 어머니가 취하면 부르던 노래를 한 곡조 부르고 나면 땀이 흐르면서 나는 쓸쓸함의 극치에 도달할 때도 많았다. 아마도 어느 곳에서도 풀 수 없는 외로움을 그렇게 무대에서 풀어 버리는 것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 강의의 핵심에는 `개선`이라는 낱말이 뚜렷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
“어제의 삶보다 오늘의 삶을 더 개선하게 하시고 그 개선하는 과정에서 절망과 실패가 있더라도 그 절망과 실패를 잘 극복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이것은 기도이지만 나 자신과의 새벽 약속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기도일 때 나와 함께하는 분이 계신다는 것은 얼마나 마음 든든한 일인가. 이 기도는 내 삶의 뼈대이지만 이 뼈대에 살을 붙여가는 것이 곧 나의 삶이다.
나는 이제 한국 나이로 칠십이 된다. 내가 쓰는 `칠십`이라는 글자에도 나는 놀라고 생경하지만 나는 공손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나이는 부드러운 채찍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시간처럼 바람처럼 나를 치지만 나를 깨어 있게 하는 스승 같은 존재다.
젊은 날에는 나이라는 것이 짐스러웠다. 너무 뜨거워서, 너무 솟구쳐 올라서, 너무 호홉이 빨라서 몸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감정이 폭발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실수가 많았고 시간 낭비가 많았고 스스로 자신을 손상시키는 일이 많았다. 그렇지, 젊음은 더러 자신을 훼손하기도 하는 것이지, 그러나 다 지나갔다고 나는 조용히 생각한다. …이제부터 칠십의 새로운 `개선`이 필요하다. 더 읽고 더 인사 많이 하고 자신에게도 너그러워지고 자연에 감사하고 모든 존재에게 경의를 표하고 마음에 걸리는 것 없이 매끄러웠으면 좋겠다. 쉽지 않으리라. 그 고비를 지금부터 서서히 가려고 한다.
/신달자 시인의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