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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농업의 새로운 희망
집 근처 공터에 무성하게 자라던 풀들이 누런빛을 띠면서 생장을 멈추기 시작했다. 어떤 나무에서는 가을에 낙엽이 지듯 새치가 떨어지기도 한다. 우기에서 건기로 들어서면서 나타나는 자연 현상이다. 앞으로 5,6개월의 건기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기 때문에 초목들이 스스로 생존 방법을 찾는 것이다. 나무들은 뿌리를 깊이 내려 생존에 필요한 수분을 끌어 올리고 풀들은 잎을 최대한 떨궈 낸 후 뿌리나 씨앗으로 다음 세대를 준비한다. 한국에서 식물들이 동면에 들어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며칠 전에 깜폿에 볼일이 있어서 내려가다 보니 길 양편으로 끝없이 펼쳐진 들녘에는 이제 막 고개를 숙인 벼이삭들이 바람에 출렁이고 있었다. 곧 추수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기 초기에 비가 적게 내려서 올해는 벼농사가 좋지 않았다.
풍작 흉작이 전적으로 하늘에 달려 있는 것이 캄보디아의 농업 현실이다. 톤레삽 호수나 메콩강 같은 크고 작은 호수나 강가에서 멀리 떨어진 대부분의 농토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의존해 농사를 짓는 천수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혜의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1년에 1모작에 그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워낙 농토가 넓어서 1모작을 하는데도 캄보디아 국민이 먹고 남을 만큼의 쌀이 생산되고, 남는 쌀은 외국으로 수출된다. 국제 곡물가가 상승하면서 쌀농사의 경쟁력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넓은 농지를 가지고 있고 인구의 70% 이상이 농촌에 분포되어 있는 캄보디아로서는 이러한 국제 환경이 새로운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낙후된 공업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기보다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두는 것도 캄보디아의 장래를 위해 좋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업의 기반 조성이 필수적이다. 첫째는 물을 확보하는 일이다. 강수량이 연중 1,200mm이 넘고 지역에 따라서는 2,000mm 이상 내리는 곳도 있기 때문에 관개 시설만 확충한다면 2모작 이상의 쌀농사가 가능한 곳이 많다. 그뿐만이 아니다. 물만 확보할 수 있다면 경작조차 못하고 버려지다시피 널려 있는 어마어마한 면적의 토지도 경작지로 바꿀 수 있고, 쌀농사 이외에 다양한 작물의 재배가 가능하다.
캄보디아의 곳곳을 돌아보면 전반적으로 땅이 척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지가 발달해 있는 지역이나 우기에 침수가 되는 지역은 비교적 농지가 비옥한 편이지만 그 밖의 지역은 그렇지 못하다. 1년에 반을 차지하는 건기에는 대지가 바짝 말라 있고, 산지가 없거나 초지가 빈약해서 유기 물질 유입이 거의 되지 못하는 것이 그 원인일 것이다. 그러므로 물을 확보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경작지의 지력을 높이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퇴비 증산 운동을 벌이고 유기질 비료 생산 시설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우수 품종 개발과 유망 농산물 선정이다.
현재 캄보디아는 미곡 중심의 농업에 머물러 있다. 해마다 쌀 수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은 태국이나 베트남 등 인근 국가로 헐값에 팔려 나간다. 요즈음에는 과일 재배 면적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과일이 망고인데, 망고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시기가 되면 값이 폭락한다. 해외 수출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그렇지만 수집 운송 보관 검역 등 수출에 따르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못하기 때문에 제값을 받고 해외에 수출하기 어렵다. 며칠 전, 프놈펜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한국의 현대코퍼레이션의 계열사인 현대씨앤에프가 검역시설을 포함한 캄보디아 농산물유통센터 건립을 위한 캄보디아 회사와의 양해각서를 교환하는 행사였다. 이 사업이 성사되면 캄보디아 망고의 한국 수출을 시작으로 경쟁력 있는 여러 가지 농산물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캄보디아 농업의 새로운 희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