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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12월의 못 다한 사랑 이야기
프놈펜의 여름은 끝나지 않지만 12월의 바람엔 회한이 묻어있다. 햇살에 바스라진 나뭇잎은 바스라진 이야기를 삭히는 듯 쓸쓸하게 뒤채인다. 사람들의 걸음걸이에서도 회한의 흔적이 느껴진다. 즐거웠던 일들, 운 좋게 넘어간 일들은 이내 잊어버리게 되지만, 엉망으로 실수한 일들은 좀처럼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이렇듯 한해가 저무는 무렵이면 마음을 짓누르기 때문이리라.
나 같은 덜렁쇠에 발끈하는 성정까지 타고난 사람은 사는 것 자체가 허물투성이지만, 올해는 더 황망한 실수를 저질렀다. 남편과 하는 일이 같다보니 종종 파일을 주고받게 되는데, 남편에게 전자메일을 보낸다는 게 엉뚱한 주소를 클릭하고 만 것이다.”마눌이요…”장난스런 제목에 익살이 많이 섞인 메일로, 하필 수신자가 십년 전 아내를 비명에 보내신 분이었다. 그림같이 사시던 부부로 아내와 사별 후 못 다한 사랑을 안고 홀로 살고 계신다. 고운 나이에 다른 세상 사람이 된 그녀는 더 이상 늙지 않아, 세월이 흘러도 그 사랑은 결코 퇴색하지 않을 터이니 그녀가 부럽다는 너스레가 그분께 드리는 나의 알량한 위로다. 십년을 한결같이 망자 묘소 돌보기를 일상처럼 하시고,”있을 때 잘해”가 모든 부부를 향한 인사말이 되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그 순간 살아남은 이의 기억 속에 박제되는 법, 박제된 이에게서 온 편지라니. 그립고 서러운 세월 모질게 견뎌온 분에게,”엎질러진 물, 저질러진 클릭” 이었다.
새벽 5시, 캄보디아 전통 혼례식 음악에 어김없이 잠이 깬다. 바야흐로 결혼시즌인 것이다. 청첩장을 받아든 한 직원으로부터 이 나라에는 맺어지지 못한 사랑이 흔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사자 간 사랑은 뒷전이고 부모님이 결정권을 갖는 결혼풍속 탓이라고 한다. 요즘 같은 결혼시즌에는 엇갈린 사랑에 대한 낙담으로 이리저리 방황하는 영혼이 많다는 전언이었다. 이루지 못한 사랑만이 사랑으로 기억된다던가, 이 땅의 누군가도 역시 해를 보내는 시즌에 이르면 보낼 수밖에 없었던 사랑을 떠올리며 상심에 잠길지도 모를 일이다.
12월의 바람엔 마음 시린 사랑 이야기가 깃드는 모양이다. 살아있는 한 사랑하는 일을 멈출 수 없으니, 가슴 저미는 사랑 이야기 하나쯤 간직하지 않은 사람은 흔치 않으리라. 우리 모두 먹거리 못지않게 사랑에 기대 사는 존재들이 아니던가. 모르고 지내던 자신의 천성을 일깨우는 것은, 낭만적인 사랑이나 성공한 사랑이 아닌 버림받은 사랑, 실패한 사랑이라고 한다. 허물과 시련 없이 속이 깊어질리 만무하다는 의미일 테다. 해마다 세모의 종소리가 귓전을 맴돌 때면 오세영 시인의 시”12월”이 떠오른다.
/ 나순 (건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