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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한국학교가 생긴다
며칠 전 교민 체육 대회가 있었다. 가족 단위의 교민들이 많이 참석했다. 이런 행사장에 가면 4,5년 전에 비해 어린이와 청소년 숫자가 크게 늘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교민 중에서 젊은 세대의 비중이 그 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에 나와 있어도 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는 자녀 교육이다. 특히 캄보디아같이 교육 환경이 매우 낙후되어 있는 나라에 와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자녀 교육 문제로 고민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요즘 가족 단위로 캄보디아에 이주하거나 회사 주재원으로 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그런 고민을 가진 하는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분들의 주된 관심사는 캄보디아에서 자녀를 어느 학교에 보내느냐 하는 것이다.
프놈펜에는 영어권 국제학교가 여럿 있는데 많은 학생들이 여기에 다닌다. 국제학교라 하더라도 학교간의 격차가 커서 상급학교 진학시 국제적으로 학력 인증을 받지 못하는 학교도 있다. 물론 학력 인증이 되고 교육 환경이 좋은 국제학교는 학비가 매우 비싸서 돈이 좀 있는 사람들조차도 부담스러울 정도다. 영어로 수업을 하는 국제학교는 학생들이 영어를 습득하는 데는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공부하는 학생들과 경쟁을 하게 된다면 많은 한계를 가지게 된다. 영어 하나 빼고는 다른 과목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에서 자녀를 국제학교에 보내는 것만이 확실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현지 학교나 중국계 학교에 보내면서 부모들이 다른 방면에 약간의 관심을 쏟아준다면 그 학생이 자라서 누구보다도 월등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의 영어 교육 환경만큼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좋은 학원도 많고 주위 사람과 부딪히면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할 때도 종종 있다. 또 캄보디아어를 익히고 중국어를 습득하는 데는 현지 학교나 중국계 학교가 영어 위주로 가르치는 국제학교보다 훨씬 낫다. 영어를 포함해서 2,3개 국어를 습득할 수 있다면 장차 영어가 보편화되고 특수 언어의 수요가 점점 커지는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영어 하나만 습득한 사람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캄보디아에서는 청소년들이 유해 환경에 접근할 일이 거의 없다. 온갖 과열과외가 성행하는 한국에서처럼 쓸데없는 경쟁에 자녀들을 내몰지 않아도 된다. 열악한 교육 환경을 역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에서처럼 수입의 상당 부분을 교육비로 쏟아 붓지 않아도 자녀를 잘 키워 낼 수 있다. 다만 영어 하나 익히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른 과목에 대한 공부도 병행해야만 한국에 있는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캄보디아에서 학업을 수행하는 초중고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학습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캄보디아에 한국학교가 출범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국에서 받는 것과 같은 학교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녀를 둔 교민들에겐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한국학교가 정식으로 출범하면 그 동안 여기서 학교를 다니고도 학력 인증을 받지 못해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등 고통을 받던 학생들의 부담을 크게 줄여 줄 수 있다. 또한, 가정 형편이 어려운 교민 자녀들에게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이미 독립된 건물에 학습 공간이 갖춰지고 캄보디아 정부의 학교 인가도 받았다고 한다. 한국 정부의 학교 인가와 재정 지원, 교사 파견 등의 풀어야 할 난제가 아직 남아 있지만 학교 설립에 뜻을 모으고 힘을 보태는 분들이 점차 늘고 있어 한국학교를 고대하던 교민들의 숙원이 곧 이루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