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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피뢰침
‘봄비가 오면 책읽기에 좋고, 여름비는 바둑 두기에 좋고, 가을비는 낡은 가방이나 서랍 뒤지기에 좋고, 겨울비는 술 마시기에 좋다.’ 중국문장가 임어당의 비 예찬이다. 여름에 비가 오면 고즈넉하게 마주앉아 신선놀음하기 좋다는 걸 보면 그는 적도부근 열대지방의 비를 접한 적이 없었던 모양이다. 하늘을 두 쪽 낼 듯 번쩍번쩍, 건물을 무질러버릴 듯 우르르 쾅쾅, 요란한 천둥 번개에 물폭탄을 쏘아대는 열대스콜 앞에선 웬만한 강심장도 우두망찰하기 일쑤인 것이다. 모르긴 해도 어느 문화권에서나 벼락은 절대자의 ‘응징’으로 받아들였을 듯싶다. 되갚아줄 능력 없는 약자의 오래된 저주로 “벼락 맞을 놈”이란 말이 있지 않던가.
불과 3세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번개를 초자연 현상으로 여겼다. 고대인이 가장 두려워한 기상현상 또한 번개였다. 그리스 제우스신이 티탄족을 전멸시킨 무기가 다름 아닌 번개였듯이, 번개는 고대신화 속 신들의 전쟁에서 최종무기로 등장하곤 한다. 결국 인간은 번개가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전기현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번개를 대신 맞아 땅 밑으로 방전시키는 피뢰침까지 고안해냈다. 100달러 지폐의 모델인 벤저민 프랭클린이 피뢰침을 최초로 발명했다. 체코의 한 신부님이 장본인이라는 설도 있다. 주변건물보다 높게 솟은 성당 종탑에 낙뢰사고가 잦아 신도들 안전을 걱정하던 신부가 연구 끝에 피뢰침을 발명했는데, 벼락이 중죄를 벌주려는 신의 계시라고 믿었던 당시 종교계 신념에 반하는 일이라 나서지 못하다가 선수를 놓쳤다는 것이다. 실제 벤저민 프랭클린이 피뢰침을 세상에 내놓자 영국과 미국의 성직자들은(영국 왕 조지3세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프랭클린이 악을 응징하려는 신께 반역질하고 죄인이 벌을 모면하도록 돕는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청교도들 또한 피뢰침을 거부해 달지 않았다. 전지전능하다는 신이 한낱 피조물에 불과한 인간의 선악개념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다니 못 말릴 노릇이다. 현대를 ‘탈 도덕 시대’라던가, 천벌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었으니 그나마 축복의 시대였으려나. 어쨌든, 신의 무기가 벼락이라면 인간은 그에 대한 방패로 피뢰침을 만든 셈이다.
캄보디아야말로 많은 피뢰침이 필요하다. 낙뢰사고로 올 8개월 동안 92명이 사망했다. 요즘 같은 우기엔 번개공장이라 할 수 있는 뇌운(雷雲)을 매일 볼 수 있다. 비와 번개를 잔뜩 머금은 소나기구름이다. 번개가 구름과 구름 간에 발생하는 방전현상이라면, 낙뢰(벼락)는 구름과 대지 간 방전현상이다. 요컨대 번개신의 강림이다. 범지구적으로 1초에 70~100회, 하루에 800만 회 정도의 번개가 친다. 번개는 기후와 관련이 깊어 연평균 뇌우일수가 열대기후에서는 7, 8개월에 이르는 반면, 한국 같은 대륙성기후에서는 보름 정도밖에 안 된다. 한국은 건물높이가 20m를 넘어가면 의무적으로 피뢰설비를 해야 하고, 건물 용도나 높이에 따른 설치기준이 있다. 번개 다발기후인 캄보디아로선 피뢰침 설비규정이 건축법을 넘어 전방위로 정비되어야 하지 않을까. /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