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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뜨거워지는 스포츠 열기
내가 사는 집 근처 반경 3km 이내에 축구 경기장이 십 여 군데 있다. 정규 규격을 갖춘 곳이 두 군데 있고, 나머지는 미니 축구장이다. 정규 구장에서는 가끔 캄보디아 프로 축구 리그가 벌어지기도 한다. 프로 구단에는 한국과 북한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외국 선수들도 영입되어 선수로 뛰고 있다. 최근 4,5년 동안 프로 구단 숫자가 크게 늘고 팀별 기량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축구에 대한 캄보디아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리그 경기가 펼쳐지는 경기장을 찾는 관중도 꾸준히 늘고 있다.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축구 열기를 불어넣은 것은 국가 대표팀의 최근 활약상 때문이다. 세계 랭킹 최하위 그룹에 속해 있지만 캄보디아 국가 대표팀은 지난해와 금년에 있었던 2018 월드컵 1차 예선을 통과함으로써 만년 약체의 오명을 벗었다. 비록 2차 예선을 넘진 못했지만 아시아의 강팀인 일본과의 대전에서 2대1(패배)로 선전하는 등 높아진 기량을 선보였다. 캄보디아에서 치러진 예선전마다 관중이 경기장을 가득가득 메우고 모두 하나가 되어 응원전을 펼치는 모습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감동적인 풍경이었다.
캄보디아의 축구 열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저녁 5시쯤 되면 축구 동호회들이 속속 경기장으로 모여든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는 시간, 한낮의 더위를 피해 시원해지기 시작하는 저녁에 모여서 축구를 즐긴다. 대부분 미니 축구장이지만 여러 팀들이 여러 경기장에서 축구에 열중한다. 우리 집 근처의 축구장은 모두 7개 면의 경기장을 갖추고 있는데 항상 거의 모든 경기장에서 경기가 펼쳐진다. 하룻저녁에 경기장마다 두 번 정도 경기가 열리니까 10경기 이상이 치러지는 셈이다. 프놈펜 신시가지 지역으로 새로운 축구장이 자꾸 생기고 있다. 갈수록 축구 열기가 뜨거워진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얼마 전에 브라질 올림픽이 끝났다. 캄보디아에서도 태권도, 레슬링, 수영, 마라톤 등 몇 개 종목에 걸쳐 선수단을 파견했었다. 비록 메달권에 들어간 선수는 없었지만 올림픽 출전에 거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기대는 무척 컸다.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태권도로 금메달을 딴 이후 이런 국제 경기에 대한 캄보디아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스포츠 인구가 늘어가는 것은 물론, 국민 화합과 자긍심 고취에 스포츠가 기여하는 바를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국은 이제 스포츠 강국의 대열에 들어섰다. 올림픽에서 20여 개의 메달을 따고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명실상부한 스포츠 강국이다. 수십 명의 축구 선수가 외국의 프로 구단에서 활약하고 있고, 야구나 골프 등에서도 외국 선수들과 맞붙어 기량을 다툰다. 서구의 선수들이 선두를 독차지하던 수영이나 체조, 동계 종목에서도 일부 선수가 우열을 겨루는 수준까지 향상되었다. 복싱이나 레슬링 등에서 헝그리 정신에 승리를 기대하던 스포츠 약체 시절은 옛날 얘기가 되었다. 배고픈 시절을 감내하면서도 그 동안 정부와 국민이 스포츠에 쏟아온 열정이 오늘의 스포츠 강국을 만들어 냈다.
캄보디아에 불기 시작한 스포츠 열기, 이제 정부가 나설 때다. 스포츠 육성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스포츠 활동을 지원하는 획기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재정이 취약해서 나라 살림살이도 힘든데 어떻게 하냐고 말할 것이다. 먼 옛날 한국이 그러했듯이, 재벌들에게 떠맡기면 된다. 한 종목씩 책임을 맡겨 육성하도록 독려하면 된다. 명분도 있고 가치 있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