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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캄보디아의 여성들
장학생 선발을 위한 대학생 인터뷰를 하면서 캄보디아의 가족관의 일면을 살필 수 있었다. 편모, 또는 편부 슬하에 있는 학생이 열댓 명 있었는데 단 한 명만이 아버지를 모시고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모시고 산다기보다는 어머니가 자식 양육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떠맡고 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캄보디아에서 부모가 이혼을 하게 되면 자식 양육은 의례히 여자가 맡는다. 또, 부부가 헤어질 경우 남자가 자식의 양육비를 대 주는 일도 거의 없고, 아버지와의 관계도 거기서 대부분 끝난다.
홀로 된 여자가 자식을 키우면서 가정을 꾸려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개 농촌 지역에 거주하기 때문에 여자가 농사를 떠맡는 것은 당연하다. 이혼한 여자의 상당수는 자식을 친정에 맡기고 직업을 찾아 프놈펜 같은 도회지로 모여든다. 여성 고용률이 가장 높은 봉제공장 같은 곳에도 이들이 꽤 있지만 특히 주점이나 식당 등의 이혼녀 취업률이 높은 편이다. 이들은 적은 급료를 받아 최저 생활비로 자신을 지탱하며 고향의 자식이나 친정 가족들을 위해 매달 생활비를 보내 준다.
국가적으로는 남자의 기여도가 더 클지 모르지만 가정을 기준으로 본다면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더 기여도가 클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캄보디아 사람들은 아들보다 딸을 더 선호한다. 남자가 성장해서 결혼을 하면 대개 여자 쪽 가족의 일원이 되는 캄보디아의 가족관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가사를 꾸려 나가는 일이나 대소사 같은 집안의 중요한 문제에 여자의 의사가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캄보디아를 여성 중심의 사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캄보디아는 문맹률이 높은 나라인데 남자보다 여자의 문맹률이 훨씬 더 높다. 가장 큰 이유는 집안일을 거들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기 때문이데, 아들보다는 딸이 중도에 학업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어려서부터 부모를 대신해 어린 동생들을 돌보거나 빨래를 하거나 조석을 장만하는 등 집안일을 해 나가는 데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쓰임새가 있어서 그럴 것이다. 이러다 보니 여자는 자연스럽게 집안의 중심에 자리잡게 되고 결혼해 들어오는 남자의 위치는 대개 여자보다 높지 않다.
회사에서 직원으로 일을 시키면서도 여자가 남자보다 강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책임감이나 성실도도 그렇고 사리판단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앞선다는 것이 경험으로 터득한 나의 지론이다. 캄보디아의 남성과 여성을 비교해 내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면, 게으르고 무기력하고 신뢰감이 떨어지는 남자가 많은 반면, 느긋하면서도 당당하고 똑똑한 여자가 많은 것이다. 물론 남자가 하는 일과 여자가 하는 일이 다른 경우가 있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
농사 같은 분야는 남자의 역할이 더 크지만 생산직 근로자 중심의 공장이나 상점, 식당, 주점 같은 분야에서는 여성의 고용과 역할이 절대적이다. 도회지 안에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인구를 들여다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다. 경제 활동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렇게 캄보디아의 여성들은 가정을 꾸려 나가는 데서부터 사회와 국가를 지탱하는 데 있어서 중심에 서 있다. 그 만큼 희생과 보람이 큰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