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기름값과 전기 요금

기사입력 : 2016년 07월 27일

요즘 캄보디아의 휴발유값(보통 휴발유 기준)은 원화로 환산해서 1리터에 890원쯤 한다. 한국이 6월말 기준으로 1리터당 1,450원쯤 하니까 한국 휴발유값의 60% 조금 넘는 수준이다. 국제 원유값이 나라별로 크게 차이가 안 난다고 볼 때 휴발유에 붙이는 세금이 한국보다 캄보디아가 훨씬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캄보디아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캄보디아 사람들은 오토바이를 대중적인 이동 수단으로 이용한다. 프놈펜의 경우, 한 집에 보통 두세 대의 오토바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기름값은 곧 가계 생활비와 직결된다.

캄보디아 보통 사람들의 월 급여는 200달러 내외로 한국의 최저 임금과 비교해도 20%가 채 되지 않는다. 기름값이 한국보다 싸다 하더라도 가계 소득에서 차지하는 교통비 비중은 매우 높다. 자기 오토바이를 가진 사람이라면 월 소득의 15% 이상, 오토바이가 없는 사람이라면 소득의 20% 이상이 교통비로 지출된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 등 소득이 없는 가족 구성원의 교통비까지 지출해야 하는 가정이라면 가계 소득에서 차지하는 교통비 비중은 훨씬 올라간다. 이렇다 보니 기름값이 오르고 내리는 데에 캄보디아 사람들은 매우 민감하다.

기름값은 최근에 많이 내렸지만 전기 요금은 요지부동이다. 전기의 45% 정도를 인근 국가에서 사 오기 때문이다. 프놈펜의 전기 요금은 가정요금인 경우 kw당 240~300원 정도로 한국 전기 요금의 2~4배 수준이다. 일부 중소 도시에서는 개인 사업자가 지역내 디젤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해서 공급하는데, 이 전기 요금은 프놈펜 전기 요금의 두세 배가 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 전기 요금의 5배가 넘는 곳도 많다. 전기 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프놈펜과 같이 어느 정도의 소득이 있는 집이 아니면 전기가 들어오는 가정이라 하더라도 전기를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 일반 가정에는 에어컨이 거의 없고 냉장고를 쓰는 집도 많지 않다.

캄보디아에서 아직 전기 혜택을 못 받고 사는 가정이 70% 정도 된다. 도시 지역이나 국도변에서 좀 떨어진 농촌 지역 대부분은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전기가 들어오는 지역이라 하더라도 수시로 정전이 된다. 공단 지역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공장을 지으면 정전에 대비해서 발전기를 설치해야 한다. 캄보디아에서 제조업이 발달하지 못하는 원인 중의 하나가 전기 사정이다. 한국은 산업용 전기 요금이 가정용보다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지만 캄보디아는 그런 제도가 없다. 또한 종종 정전이 되고 전기의 품질이 낮아서 캄보디아에서 정밀 제조업을 하기에는 많은 문제가 따른다.

캄보디아 사람들 대부분은 취사용으로 나무나 숯을 사용한다. 프놈펜 같은 도시에서도 나무나 숯을 연료로 사용하는 집이 많다. 큰 식당은 주로 프로판가스를 사용하지만 집 근처 작은 식당들은 주로 숯을 사용해서 음식을 조리한다. 봉제공장에서 스팀다리미를 쓰는 데도 장작 보일러를 흔히 쓴다. 기름이나 전기를 쓰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집에서 취사용으로 사서 쓰는 숯 1kg에 1달러 정도로 비교적 저렴하다. 난방비가 안 들어간다는 것이 캄보디아 사람들에겐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프놈펜 신시가지의 중심축인 하노이도로의 포장이 끝나고 가로등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LED 등을 달아 프놈펜 시내 어느 도로보다 밝고 산뜻하다. 캄보디아의 미래가 이렇게 밝아지기를 기대하는 마음, 어찌 나뿐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