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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식당과 위생 관념
캄보디아 사람들은 외식을 많이 하는 편이다. 특히 아침 식사를 밖에서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식당이나 음식을 파는 곳이 많다. 숫자로 치자면 프놈펜에서 제일 많은 것은 캄보디아 음식을 파는 식당일 것이다. 웬만한 주택가 골목이나 시장 근처에 캄보디아식 식당은 무수히 많다. 캄보디아 식당은 대부분 규모가 작고 초라하다. 처음에는 그런 식당에 가서 국수나 밥, 고기로 만든 음식 등 이것저것을 자주 사 먹었다. 특히 나는 캄보디아 국수와 돼지고기 요리를 즐겨 먹었다. 독특한 향이 있는 이 나라 음식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캄보디아 식당에 들어가기가 싫어졌다. 입맛이나 취향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식당의 청결 상태를 확인하면서부터.
대부분의 캄보디아 식당들은 문을 활짝 열어 놓거나 아예 밖에 식탁을 펼쳐 놓고 장사를 한다. 그러다 보니 바로 옆으로 분주히 오가는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일으키는 먼지 속에서 식사를 해야 한다. 한창 식사를 할 때 바닥을 내려다보면 쓰레기 투성이다. 흙 먼지나 휴지 조각, 담배꽁초, 음식 부스러기 등이 바닥에 즐비하다. 거기서 식사를 하다 보면 쓰레기장 옆에서 식사를 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전기세가 비싸기 때문에 냉장고 같은 것을 쓰는 식당도 드물다. 음식 재료들이 대부분 밖에 진열되어 있고 먼지가 앉은 재료들이 그대로 음식으로 조리되기도 한다. 일하는 사람들이 이것저것 만지던 손을 씻지도 않고 음식이나 그릇을 만지는 것은 다반사, 그런 것을 보면 먹기도 전에 입맛이 떨어지기 일쑤다.
프놈펜 시내에서는 대로변에 손수레를 대놓고 여러 가지 음식을 파는 곳이 많다. 저녁 퇴근 무렵에는 이런 장사가 곳곳에서 성시를 이룬다. 통닭이나 돼지고기, 쇠고기, 생선 등을 숯불에 올려놓고 굽거나 볶아서 팔기도 하는데, 흙먼지가 뽀얗게 피어오르는데도 사람들은 간이의자에 앉아 음식을 사 먹거나 포장해서 가지고 간다. 청결 상태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나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맛있게 음식을 먹는 캄보디아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너무 과민반응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근 들어 비교적 크고 깨끗한 식당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캄보디아 음식을 파는 식당뿐만 아니라 중국식이나 서양식, 일본식 식당들이 계속 늘고 있다. 피자나 패스트푸드점도 시내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캄보디아에서는 카페에서도 커피나 음료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음식을 판다. 이런 곳은 음식 값이 비싸서 대부분 일반 서민들과는 거리가 있고 돈이 좀 있는 캄보디아 사람들이나 외국인들이 즐겨 이용한다. 기존의 골목 식당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맛뿐만 아니라 청결과 서비스까지 달라지지 않고는 손님을 불러들이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프놈펜의 위생 환경은 크게 개선되고 있다. 대로뿐만 아니라 골목길까지 포장률이 높아지고 하수관로 증설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 위생 관념을 제고하는 노력도 커지고 있다. 캄보디아 TV 방송을 시청하다 보면 ‘손을 비누로 깨끗이 씻자’ ‘더러운 물을 마시지 말자’ ‘모기에 조심하자’ 등의 캠페인 프로그램이 자주 나온다. 내가 어릴 적에 한국에서 많이 보던 것들이다. 이제 초보적인 위생 캠페인을 하고 있으니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의 위생관념이 체득되기까지는 참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우리가 그러했듯이 생활수준 높아짐에 따라 차차 좋아질 것이다.